El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 17 / 비 내리는 메세타 고원을 정처없이 걸은 날...

권연자 세실리아 2013. 2. 26. 20:07

 

    2012년 10월 21일 / 17 일째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Hornillos del Camino) → 까스뜨로헤리스(Cadtrojeriz) / 21km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아로요 산 볼→온따나스→까스뜨로헤리스)

 

 

   

        밤 사이 비가 많이 내린 듯한 새벽길,

         축축한 안개가 자욱하고 하늘은 먹구름이 가득하여 불안한 마음으로 출발했다.

         컴컴한 마을길을 빠져나와 점점 고원지대로 올라가니 본격적인 메세타의 모습이 나타난다.

          

        

   ▼ 고원지대로 높이 오르다보니 어느새 하늘도 밝아져서 비를 맞지않아도 되겠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숙소에서 함께 나왔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들 갔는지 보이질 않고

             힘겹게 오르막을 올라간다.

 

 

 

           ▼ 한 시간 반 정도 축축한 공기를 가르며 거의 무념의 상태로 걸었는데

                굽이진 길 옆에 갑자기 나타난 십자가....

                   아로요 산 볼 마을 어귀에 있는 십자가이다.

 

 

 

        ▼ 아로요 산 볼(Arroyo San Bol) 마을은 수수께끼로 가득한 마을이다.

          어떤 이유에선지 알 수 없으나 1503년 주민들에 의해서 마을이 버려졌다고 전해지는데

             전염병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주민 대부분이 유대인이었던 곳이라서

          유대인 추방 이후 남은 주민이 없어져서 마을이 없어졌다는 설도 있는 곳이다.

             현재 이곳에는 산 바우디요 수도원 오래 된 흔적이 남아있을 뿐이라고 하며,

           1352년 나환자를 위한 병원이 이곳에 있었다고 알려져있다.

                

 

 

        ▼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이 마을 아로요 산 볼에는 순례자를 위한 숙소가 한 곳 있다.

            아주 작은 알베르게로 전등, 화장실, 샤워 시설도 없다는데,..

          비록 현대적 서비스는 없는 곳이지만 순례자에게 매우 친절한 호스피탈로가 있기에 

            순례길에서 특이한 알베르게로 유명한 모양이다.

               옛날의 순례자처럼 하루 밤을 지내보고 싶은 순례자들이

                  모든 불편을 감수하고 이곳을 찾아와서,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을 바라보며

               산티아고 성인에게 기도를 올리는 밤을 보낸다고 한다.

            개장 시기는 5월 10일에서 9월 30일 까지라고.

                집 한채도 없는 마을에, 아래 보이는 자그마한 집이 알베르게이다.

 

 

 

 

 

 

 

          ▼ 하늘은 먹구름이 낮게 드리우고 안개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지남 밤 내린 비로 길은 점점 걷기 힘든 진흙탕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 선명한 까미노 표지를 따라 안개 자욱한 지평선으로 사라져가는 순례자들...

 

 

 

         ▼ 이런 길....^^

             신발에 흙이 달라붙어 스틱으로 떼어내며 걸어야하는 상황인데,

                걷기 힘들고 짜증도 나던 길이었지만 지금보니 웃음이 난다.

              메세타가 변화무쌍한 곳이라더니... 정말 실감 100%^^

                  

 

 

          ▼ 걷는 속도는 형편없이 느려지고 어처구니도 없어,

                 언제 여기를 벗어날까....  망연자실 서 있기도 했다.

 

 

 

 

         ▼ 진흙탕 길과 싸우다가 겨우 벗어나니

              저 아래 안개에 잠긴 온따나스(Hontanas)가 보인다!

        오늘의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순례자들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마을이다.

 

 

 

 

 

         ▼ 이 길을 따라 주욱 내려가면, bar도 있고 알베르게도 있다.

               그리고 마을을 빠져나갈 수도 있는 길이다.

 

 

 

 

          ▼ 성당 옆에 있는 bar에 점심을 먹으려고 들어갔더니

            이미 많은 순례자들이 있었는데, 우리를 보더니 놀라며 비가 오냐고 묻는다.

                이슬비에 옷이 다 젖어있었으니.... 꼴이 얼마나 초췌했을까!

                   고맙게도 우리 두 사람을 위해 자리를 양보해주는 사람까지 있었다^^

 

 

 

        ▼ 온따나스 bar에서 커피와 빵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빗길을 걸을 준비를 단단히하고 출발해야 했다.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으니까....

             그리고 이후로는 사진 찍는 일은 포기.

 

 

 

         ▼ 산 안똔 아치(Arco de San Anton)

            온따나스 이후로 사진 한 장도 찍지 못하고 빗 속을 걷다가

           갑자기 나타난 아름다운 아치...

             산 안똔 수도회 오래된 병원과 수도원 건물의 폐허이다.

             13~14세기에 만들어진 건물의 일부가 보존되어 있는데,

          첨두 아치형 문과 순례자가 밑으로 지나가도록 되어 있는 아치가 아름다웠다.

             빗 속에서 카메라를 꺼내어 한 컷 남길 수 있어서 불행 중 다행.

 

 

 

         ▼ 오늘의 목적지 까스뜨로헤리스(Castrojeriz)까지는 자동차 길로 걸어야했는데,

               멀리 마을이 보이는데도 그 거리는 4km나 된다는 길이었다.

                 가도가도 가까워지지 않는 마을을 향해 지루하게 걷고 또 걸었다.

            비옷 속에서 옷은 다 젖었고 신발도 마찬가지,... 참을 <忍> 자를 수 없이 마음에 새기며

              무념 무상의 상태가 되어가던 중, 드디어 마을 입구에 도착,

                생각할 여지도 없이 입구에 있던 bar와 Hostal을 겸하고 있는 이 집으로 들어왔다.

              마침 카나다 퀘벡 부부가 커피 한잔으로 몸을 녹이고 나오는 중이었다.

           우리는 여기서 머물겠다고 하니, 자기네는 알베르게로 가겠다며 빗 속으로 떠나갔다.

            

           옷과 신발을 말려야했기에 오늘은 알베르게가 아닌 Hostal(35 유로)에 머물기로 했다.

             빗물을 뚝뚝 흘리며 들어선 우리를 친절히 방으로 안내하던 주인 아저씨...^^

               저녁 식사와 아침을 이 bar에서 해결했다. 그리고,

                 따뜻한 방에서 빨래도 해서 말리고, 옷과 신발을 보송보송 말릴 수 있었다. 

 

 

 

           ▼ 우리가 머문 Hostal 인데, 가운데 문으로 들어가면 bar이고

            오른 쪽 문으로 들어가 이층 오른쪽 창문이 우리가 머문 방이다.

                 (다음 날 아침에 떠나며 찍은 사진이다)

 

 

 

          메세타를 걷는 동안, 계절에 따라 여러가지 고통스런 경험을 하게 된다고...  약간은 두렵기도 한

          정보들을 알고 왔으나, 사실은 별 걱정을 하지않은 채 무심히 메세타로 들어섰다.

          그러나 오늘은 진흙탕 길을 걸으며 진저리를 치기도 했고, 오후 내내 끊질기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정처없이 걷기도 했다.

          메세타에서 겪을 수 있는 또 다른 진한 경험을 한 셈이다.

          이제 메세타의 시작이니, 앞으로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담금질 하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