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 20 / 마의 구간이라지만, 축복받은 하루 길에 감사의 기도를...

권연자 세실리아 2013. 3. 13. 11:53

 

    2012년 10월 24일 / 20 일째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Carrion de Los Condes) → 레디고스(Ledigos) / 23.5km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깔사디야 데 라 꾸에사→레디고스)

 

 

    

     소문에 의하면, 순례자들은 오늘 걸어야 하는 구간을 메세타에서 가장 두려워 한다고들 하는데

     이유인즉 출발한 후 17.5km를 걷는 동안 길에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집 한 채도 없고 물 받을 샘도 없고 음식을 사 먹을 bar도 없는,

     동서남북 어디를 보아도 지평선이 보이는 곳....

     그러니 사막과 같은 길을 고독을 벗삼아 외롭게 걸어야 한다는 것!

    

     이곳은 스페인에서 가장 광활한 평야 지역이라는데,

     여름에는 뜨거운 태양을 가려줄 그늘이 없어 햇볓과 싸워야하고

     겨울이면 매서운 바람과 추위가 시베리아 벌판에 있는 듯 두려움을 주어 떨게 하고

     비가 내리거나 눈이 녹을라치면 엄청난 진창길이 되어 

     신발에 달라붙는 진흙과의 싸움으로 걷기 어렵다는.... 마의 구간으로 소문난 길이다.

     

     그러나 무엇이 문제랴?!

     어차피 이 길은 혼자 걸어야 하는 길이던데....

     정말 주~욱 혼자 여기까지 걸어왔다. 우리는 부부가 함께 이 길에 나섰지만

     서로의 걷는 속도가 다른만큼 아침에 숙소를 나설 때 함께 출발했을 뿐, 

     걷다보면 자기의 속도에 따라 아득하게 멀어져서 보이지 않게 되기도 하고,

     기다려서 다시 함께 걷기를 반복해도 역시 사이는 벌어지고....

     항상 혼자 걸었다는....것!

     혼자서 허허벌판을 작은 동물처럼 천천히, 자유롭게 가노라면 외롭기는커녕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평화와 행복감에 젖어들곤 했었다.

     그런 행복감을 언제 또 느껴볼까, 아련하게 그리워지는 풍경(내 모습 포함)이다.

 

     성격 탓인가, 별 걱정하지 않고 출발했다.

     역시 해 뜨기 전 여명의 아름다움은 오늘의 시작을 황홀감에 젖게했다. 

 

              

 

 

       ▼ 해가 뜨기 전의 노을이 왜 이렇게 아름다운지!

           여기는 동쪽 하늘이고....

 

 

 

      ▼ 신비스런 빛으로 물든 이 하늘은 서쪽 하늘이다...

          숙소를 나선 순례자들이 신비로운 하늘을 향해 나무 사이로 하나 둘 사라지고 있었다...

  

 

 

 

 

 

 

         ▼ 날씨가 환상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구름이 살짝 끼어 전혀 덥지 않았고(해만 나면 뜨겁고 더웠는데..)

             바람까지 살~살 불어주니, 이 무슨 축복일가 싶었다 ^^. 감사의 기도가 저절로...!

 

 

 

 

      ▼ 길만 바라보면 지루하겠지만, 양 옆의 풍경은 아름답고 멋졌다~.

 

 

 

 

     ▼ 오늘은 이상하게도 순례자들을 많이 보며 걸었다. 다른 날엔 어쩌다 한 명씩 지나가곤 했는데...

         사막과 같다는 오늘의 여정에 겁을 먹어서일까?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거라는 염려 때문인지....

         아무튼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모처럼 길에서 순례자들을 많이 본 날이다.

 

 

 

 

 

 

 

 

 

       ▼ 아득한 지평선을 바라보니, 아닌게 아니라 여름에 이 길을 걷노라면

           뜨거운 태양이 어지간히 괴롭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을 넉넉히 준비하지 않으면 큰 일 나겠다는...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가을에 걷고있다는 사실이 또 행복하다. 그러나 가을이지만 해가 나면 뜨겁던데....

 

 

 

 

 

 

       ▼ 갈림길도 없이 지평선을 바라보며 걸어가다가 약간의 내리막이 멈추는 곳에

           조그맣고 초라한 마을이 나타났다.

           깔사디야 데 라 꾸에사(Calzadilla de La Cueza) 라는 마을이다.

           지금은 작고 초라하지만 이 마을의 역사는 까미노 데 산띠아고 생기기 훨씬 전인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시대에 비아 아퀴타나라고 불리는 길이 이곳을 지나갔다고 한다.

           마을의 이름인 깔사디야까미노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메세타에서 오늘의 여정으로 외로움에 지친 순례자라면

           이 마을에서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하기도 한다.

 

           우리는 마을 초입에 있는 벤치에 앉아, 준비해 온 빵과 삶은 달걀, 과일로 점심을 먹고

           6km를 더 걸어야하는 다음 마을 레디고스를 향해 떠났다.

 

 

                  

 

 

       ▼ 오늘의 목적지 레디고스(Ledigos)가 보인다.

 

 

 

 

 

 

         ▼ 첫 인상이 썰렁해보이는 마을이다.

             낡은 집들이 오래된 마을의 나이를 말해주는 듯 했지만,

             켜켜이 쌓인 세월의 향기를 맡고싶어 하는 나의 정서와는 다른,

             메마른 마을 풍경이 정이 가지 않아서 걸을 수만 있다면 다음 마을로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다리가 말을 들어주지 않으니 알베르게를 찾아 마을 뒤안 길을 돌아

             bar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곳을 찾아냈다.

             시골집같은 알베르게에 들어서니 사방팔방으로 문들을 열어놓아

             바람이 동서남북으로 원없이 드나들고 있는 중이니.... 추웠다.

             마침 2인실이 있기에 그곳에 들었는데(방 하나에 18 유로)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덜덜 떨며 누웠다가 창으로 내다보니 정원에 수영장도 있는 집이다. 여름이라면 순례자들이

             얼마나 좋아했을까.....!

             어쨋거나 밤새도록 푸욱 꺼진 침대에서 추위에 떨며 잠을 설쳐야 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