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 31 / 발 밑에 지천으로 딩구는 알밤 보기를 돌 같이 알며...

권연자 세실리아 2013. 4. 30. 21:46

 

    2012년 11월 4일 / 31 일째

 

      비야프랑까 델 비에르소(Villafranca del Bierzo) → 베가 데 발까르세(Vega de Valcarce) / 18.5km

     (비야프랑까 델 비에르소→뻬레헤→뜨라바델로→라 뽀르뗄라→암바스메스따스→베가 데 발까르세)

 

 

 

           몽땅 젖었던 옷과 신발을 보송하게 말리고

           식당에 내려가 아침 식사까지 하고(호스텔 요금 55유로에 아침 식사 포함)

           여유있게 출발하니, 마치 전에 기차 여행 다닐 때처럼 마음이 한가롭기조차 하다.

          

           이 길에서 처음의 몇 번을 제외하고는(7~10유로도 있었으나) 

           거의 모든 알베르게들이 1인 5유로씩을 받고 있었다.

           호스텔에 들 경우 요금은 다 다르지만, 방 하나에 얼마씩(아침 포함인 경우가 많음)

           약간 비싼 듯 하지만 두 사람 몫이니 그렇게 비싼것도 아니다.

           그러나 등짐 지고 고생하며 걸어야 마땅한 듯 여겨지는 이 길에서

           호스텔에서의 편안한 하루밤은 어쩐지 미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아침 길에 나서고 보니, 지난 밤에 머문 이 마을이 제법 큰 곳이었다.

           주택가 골목 길을 한참이나 돌아나와서야 제대로 길을 잡아 걸을 수 있었다.

           덩치가 커다란 건물들도 많았는데,

           모두 유서 깊은 역사적 건물들 같았다.

 

 

     ▼ 마르께스 후작의 궁전(Castillo Palacio de los Marqueses)

        벽돌과 돌로 지어진 16세기 초의 건물로, 마르께스 후작의 저택이다.

         호스텔 식당 창으로 내다보며 궁금해 했던 건물로

         호스텔 바로 맞은 편에 있었다.

 

 

 

 

 

        ▼ 주택가 골목을 한참 돌아나가야 했다.

 

 

 

 

 

 

        ▼ 산 니콜라스 엘 레알 수도원(Convento San Nicolas el Real)

           17~18세기에 지어진 수도원 건물인데, 현재는 자연사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내부에는 설립자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져왔다고 하는

             '희망의 그리스도'가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 클뤼니아꼬의 산타 마리아 성당(Colegiata de Santa Maria de Cluniaco)

           16세기 후반의 고딕양식 건축물로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내부에는 바로크 양식의 다양한 봉헌화와 성가대 석을 볼 수 있다고 한다.         

 

 

 

 

 

 

 

 

 

           ▼ 비야프랑까를 벗어나자 먹구름 덮힌 하늘에서

               언제 비가 내릴지 모르는 상태가 계속되어 불안했다.

               웬 비가 날마다 오는지, 이 나라는 서쪽으로 갈수록 비와 친해야하나보다.

 

               비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며 오늘 역시 비와의 투쟁을 벌여야했지만

               어제와 같이 옷이 몽땅 젖어버리는 상황은 아니여서

               그만한걸 감사하며 다행으로 여기고 가는 길.....

 

               오늘 길은 마을이 자주자주 나타나 그나마 위안이 됬는데

               어느 마을부터였는지 산 골짜기의 좋은 경치가 나타나서 피곤을 덜어주기도 했다.

               옛날에는 귀족들의 사주를 받은 도둑들이 골짜기에서 순례자들을 괴롭히며

               강도로 돌변하기도 하는 못된 짓들이 성행하던 곳이라고 한다.

               그후 알폰소 6세와 템플 기사단이 이곳을 점령하면서 이들을 토벌하여,

               순례자들을 공포에 떨게하던 오랜 악습이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 밤 나무 숲이 우거진 골짜기도 지나갔다.

             길가에 밤이 수없이 많이 떨어져 있는데 누구도 줍는 이가 없다.

             길바닥에 나딩구는 알밤을 밟고 지나가기도 하며....

             웬만큼만 심신이 여유가 있었더라면,

             나딩구는 밤알 하나라도 주워서 먹어보았으련만...

             비는 내리고 만사가 귀찮고 힘든 상황이니

             밤 보기를 돌 같이 알며(ㅎㅎ..) 그냥 무심히 지나갔다 ㅠ.ㅠ

             지금 생각하니 아쉬운 생각도 들지만, 그 때는 밤이 문제가 아니었다아~~!

 

 

 

         ▼ 강도떼가 나올런지는 몰라도....

             너무 아름다운 골짜기에서 나는 한껏 에너지를 충전시키며 간다.

 

 

 

        ▼ 여기가 어느 마을인지 모르겠다.

            정신이 절반 쯤은 나간 상태로 걷고 있다가 이 마을에 도착했고

            뒤에 보이는 성당을 사진에 남기려고 사진기를 꺼내고 있는데

            어떤 남녀가 다가오더니 사진을 찍자고 한다.

            영문도 모른채 그 남자의 사진기에 이런 모습으로 찍히고,,,

            우리 사진기에도 찍어달라며 넘겨주니... 한방 찍어 주고 간 사진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람들.... 영문을 모르겠다.

            우리 꼴이 너무 웃겨서 한 컷 남기려고 함께 찍자고 했을까?

            어쨌거나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생전 처음 만난,,,

            이름도 성도 모르는 어느 나라 사람과 이렇게 사진을 찍게된 경위이다^^.

 

 

 

 

        ▼ 어제 왔어야 할 베가 데 발까르세(Vega de Valcarce)에 도착해서

            언덕 위에 있는 공립 알베르게에 들어갔다.

            그런데 휑~하니 비어 있는 알베르게에 우리밖에 아무도 없다.

            주인도 없고 들어온 순례자도 없고....

            이층으로 올라가 보니 방이 두 개 있고,

            방과 방 사이에 전기 히터 하나가 켜져 있는데,

            아마도 두 방을 그 전기 히터 하나로 난방을 해주는 모양이다.

 

            이층에서 내려다 보이는 마을 풍경이다. 

 

 

       ▼ 건너편 산 위에 무너져버린 성채도 보인다.

          

           사라신 성(Castillo de Sarracin)

          사라신 성은 10세기 아스또르가의 영주였던 사라신 백작의 성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모두 무너지고 형체를 알기 힘든 석재와 검은 돌기와만 남아있다고 한다.

 

 

 

        ▼ 굴뚝에서 저녁 연기 솟아 오르는

           우리나라의 시골 풍경을 떠올리는... 어딜가나 사는 모습은 거기서 거기...^^

             

 

 

         ▼ 저녁 하늘에 검은 구름은 말끔히 사라지고,

             붉은 노을 대신 황금빛 구름 몇 덩이가 떠 있다.

 

 

           이 알베르게에 우리 말고도 카나다에서 온 한국인 모녀가 들어왔다.

           카나다에 이민가서 남매를 혼자 키웠노라고 지난 세월을 잠시 이야기 했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듯 해서 마음이 짠해졌다.

          

           밥을 같이 해먹기로 하고, 남편과 나는 장을 보러갔다.

           마침 얼린 새우와 대구 살 덩이가 있어서 매운탕을 끓이기로 하고 사왔더니,

           그 모녀가 나서서 자기들이 밥을 할테니 우리는 먹기만 하란다.

           알베르게 부엌에 순례자들이 남겨놓고 간 밀가루로 반죽을 해서

           매운탕에 수제비를 떼어넣어 구수한 매운탕이 끓여졌다.

           그 모녀는 밤 나무 숲에서 밤을 주워왔는데,

           밤을 깎아 밤 밥을 해서 밥도 구수하고, 오랫만에 포식을 했다.

           매운탕을 해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준비해 갔던 양념 등을 부르고스에서 모두 버릴 때

           고추가루 만은 가져가보자고 했던게 오늘 빛을 보게 된것이다.

 

           그날 밤, 우리들 말고도 외국인 세 명이 더 들어와서 함께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