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 33 / 뽀이요 고개를 넘어 콧노래 흥얼거리며 내려오던 산길..

권연자 세실리아 2013. 5. 6. 14:20

 

    2012년 11월 6일 / 33 일째

 

      오스삐딸 다 꼰데사(Hospital da Condesa) → 뜨리아까스떼야(Triacastela) / 16km

           (오스삐딸 다 꼰데사→빠도르넬로→폰프리아→뜨리아까스떼야)

 

 

 

        우리 외에 몇 안되는 순례자들과 하루 밤을 보낸 작은 알베르게는 

        산 속 마을의 고즈넉한 정취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바람이며 눈보라며 산을 훑고 흐르는 구름이며....

        보여지는 모든 것들이 나그네의 눈에는 서글프게 보여지기도 했으나

        한편, 이런 곳에 현재 머물고 있는 나는 정말 나일까..

        믿기지 않는 의심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리고는 이 상황이 너무 가슴 뿌듯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감사의 기도를 바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은 일정을 짜기가 애매한 날이었다.

        산 중에서 잔데다가, 갈리시아 지방의 까미노 중 가장 높다는

        뽀이요 고개(Alto do Poio; 1335m)를 지나야 하고

        그 후에 가파른 산 길을 계속 내려가야 하는데

        뜨리아까스떼야에서 잔다면 16km 만 걷게되고,

        다음 마을 사모스까지는 10km를 더 걸어야 하는 힘든 일정이 되는 거리다.

        결국 산 길을 걸으려면 체력 소모가 많을 것이기에

        뜨리아까스떼야에서 자기로 하고...

        아픈 허리며 몸 상태를 생각해서 진통제를 먹고 출발했다. 

       

         

         ▼ 마을을 벗어나자 산길이 시작되었는데,

           상쾌한 산 공기.., 그리고 어제까지와 달리 하늘은 어쩌면 저리 파란지...!

           기분이 너무 좋아져서 마음은 저 푸른 하늘로 끝없이 끝없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 아침 산 길에서 우리를 앞서 가는 그림자를 찍으며 여유를 부려본다.

 

 

       ▼ 산 속 작은 마을에서 만나는 이런 집들은,

           우리 나라 장작불 때는 방의 구들짱에 쓰이는 돌 같은 것으로 지붕을 이었다.

           

 

 

          ▼ 돌들이 흔한 곳이어선지, 벽도 돌로 쌓았고

              아치를 만든 돌들의 짜임새가 재미있다.

 

 

 

 

 

 

         ▼ 산을 내려오며 그림같은 전원 풍경도 이어지고

             금방 비를 몰고 오는 듯한 구름이 산을 덮어버려 불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는 내리지 않은 행운의 날이었다.

 

 

 

 

 

 

        ▼ 어느 마을의 거대한 고목... 천년도 넘었으리라....!

            여기까지 오는 동안 계속 밤 나무 숲길로 내려왔는데,

            알밤들이 너무 많이 떨어져 있어 무심히 발걸음을 옮기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내 아는 아줌마들 모두 몰고 알밤이나 줏으러 올까나...^^ 

            나는 오늘 왜 이리 기분이 좋은거냐!

            진통제를 먹은 덕인지, 심신이 날아갈 듯 가볍게 느껴져서

            이런 상태라면 오늘 산티아고까지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기분은 너무 좋고 알밤은 지천으로 깔려 있고,,,,,

            에잇 모르겠다, 알밤이나 줏어보자!

            전에도 밤나무 숲을 지나왔건만, 그 때는 나딩구는 알밤이 돌처럼 보였고

            줏어보자는 생각은 꿈에도 못했는데....

            오늘은 푸대자루만 있다면 다 줏어담을 것 같았다ㅎㅎ..

 

 

 

        ▼ 산티아고까지라도 갈 수 있다는 오늘의 내 기분과 포부를 꺽어 놓은 나의 남편,

            너무 무리하면 다음 날 걷는데 문제가 생긴다고 적당한 곳에서 멈춰야한단다.

            오늘 자기로한 마을 뜨리아까스떼야에 왔다.

 

 

 

        ▼ 사설 알베르게로 들어왔다(8유로).

            우리가 일등으로 도착한 모양이다.

            우리는 제일 아늑한 곳에 있던 침대를 차지하게 됬다.

            한 방에 여러개의 침대가 있었는데 이 침대만 아늑하게 구석쪽에 있어서

            너무 맘에 들었다.

            샤워실도 욕조까지 갗춘 완벽한 방이었다.

            게다가, 여기가 갈리시아 지방인데 알베르게의 부엌에 그릇도 가추어 있었다!!

            시에스타가 시작되기 직전이라 문 닫기 전에 우리는 마트부터 갔다.

            마침 알베르게 옆에 모든 것이(시골치고는) 있는 마트가 있었다.

            스파게티를 해먹기로 하고, 소고기도 갈아서 사고

            그외의 모든 재료를 완벽하게 샀다.

            아침부터 기분이 좋더니 온 종일 기분 좋은 일이 계속되는구나..ㅎㅎ

            인터넷도 할 수 있어서 기분은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었다~~^^

 

 

          내가 인터넷을 하고 있는 사이에 한국인 부부가 들어왔다.

          젊은 부부였는데 산티아고 가는 길을 다 걸을 생각이 아니라

          일주일만 걸어보기로 하고 폰페라다라는 도시부터 걸어서 오늘 사흘째 걸었다고 한다.

          그런데 부인은 너무 힘들다고 울상이다.

          일주일 쯤이라면 걷기에 길이 들만하게 될 때 그만두게 되는 셈인데....

          그러나 일정을 그렇게 짜고 온 모양이다.

 

          남편은 그 부부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단다.

          음식 재료가 넉넉하니 네 사람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고....

          어쨋거나 이역만리에서 만난 우리 동포이니 반갑고 한 끼 식사를 함께 하니

          처음에는 좀 어색했지만 우리 모두 맛있게 먹었다.

          모처럼 모든 재료를 넣고 제대로 만든 스파게티를 먹을 수 있었고,

          부엌과 모든 식기가 마련되어 있던 이 알베르게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참! 내려오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줏었던 밤,

          삶아서 좋은 것만 골라 간식으로 먹고...

          다음날 까지도 우리의 간식이 되었는데....

          사실은 걷다보면 몸이 힘들어선지 먹는 것도 다 귀찮아지니,

          억울해서 들고 다니다가 몇 개 못먹고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기분이 좋더라도 다시는 욕심부리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