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 35 / 자욱한 안개 속으로, 안개처럼 스며들어 걷는 길..

권연자 세실리아 2013. 5. 13. 21:32

 

    2012년 11월 8일 / 35 일째

 

       사리아(Sarria) → 뽀르또마린(Portomarin) / 22.5km

        (사리아→바르바델로→페레이로스→뽀르또마린)

 

 

       

          이른 아침, 밤새 추워 떨었던 알베르게를 나오니 안개가 자욱하다.

          어제 기를 쓰고 올라온 이 언덕에서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도시를 내려다 보려던 희망은 접어야했다.

          내려다보이는 도시는 안개로 뽀얗게 덮여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소문에 의하면 이 도시부터는 갑자기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유인즉, 오늘 걷는 도중에 산티아고 까지 100km 남았다는 표지석을 볼 수 있는데

          100km를 걸으면서 스템프를 받으면, 산티아고에서 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던가....

          그러나 증명서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 .....

          믿기지않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그 증명서를 받고싶은 사람들도 있나보다...^^ 

 

          

 

 

       ▼ 살바도르 성당(Iglesia del Salvador)

         알베르게를 나서서 언덕을 향해 더 올라가니 안개 속에 나타난 성당이다.

           이 길에서 인자한 풍모의 인상이 너무 좋은 남자 한 분을 만났더랬는데

           웃음 띄운 부드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부엔 까미노!" 라고 인사하기에

           "그라시아스!" 하고 지나치면서 혹시 신부님이 아닐까 잠시 생각했었는데....

           금방 성당이 나타나자, 새벽 미사 마치고 가시는 신부님일거라 확신해버렸다^^.

 

 

 

         ▼ 우리가 잤던 알베르게가 있는 골목길을

             언덕을 더 올라와 뒤 돌아 본 길이다.

            

 

 

 

       ▼ 언덕 꼭대기에 있던 십자가.

           십자가 뒤로 도시가 한 눈에 내려다 보여야 할 텐데,

           안개가 도시를 감추고 보여주질 않는구나..

 

 

 

 

 

       ▼ 언덕을 돌아내려가니 본격적인 숲 길이 시작되고 있다.

           이후부터는 산을 오르고, 숲을 지나 오전 내내 안개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 저 숲 속에 어떤 풍경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가?

           계속 상상하며 가는 길은 흥미롭기도 하고,,,, 기분이 좋은 아침이다.

          

           자연스럽게 헤르만 헷세의 '안개 속에서' 라는 詩가 떠오른다.

          

           『..........................

              내 인생이 아직 밝던 때는

              세상은 친구로 가득했다

              하지만 지금 안개 내리니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

              ...................             』

 

           그래,

           산다는 것은 안개 속을 거니는 것 처럼 외로운 것이라고 했지....

 

 

 

 

 

        ▼ 안개를 헤치며 나가던 이 아침, 내가 살짝 기분 좋아할 때,

            다른 날과 달리 남편은 몹시 힘들어했다.

            걷기 시작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건만

            마을을 만나니 bar를 찾고 있었다. 커피 한 잔 생각이 간절했던 모양이다.

            마침 마을에 사는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나 바르가 어디있나 물어보는데,

            이 할아버지, 우리가 묻는 말을 못 알아듣는모양,

            바지 주머니에서 호두 두개를 꺼내 남편에게 건네며 이야기가 늘어진다.

            고맙다고 하며 또 바르를 찾는데

            역시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얘기로 동문서답을 하며 또 호주머니를 뒤진다.

            눈치 100단인 내 짐작에 나를 바라보며 뭐라는 걸 보니

            나에게 줄 호두를 또 찾는가 싶어서 아니라고 괞찮다고 손을 흔들어댔다.

            할아버지 얼굴이 몹시 미안해 하는 빛이 역력하다. 아마도 줄게 없었던 모양이지....ㅎ

            어딜 가든 사람 사는 곳이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다 자상하고 인정도 많고...

            모두 똑 같다는 걸 새삼 느낀 아침이다.

 

 

 

 

 

 

        ▼ 안개가 걷히며 아름다운 전원 풍경과

            울창한 밤나무 숲이 번갈아 이어져서

            아름다운 풍경에 민감한 나는 힘든 줄도 모르고 걷는다.

 

 

 

 

 

         ▼ 아~! 100km 표지석이다!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 까지 100km가 남았단다!

             감격스러운 그 때의 심정을 무엇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 달 넘게 날마다 오로지 걷기만 했던 나날들...

             살아가는 목적이 걷는 일 뿐이라는 듯,

             걷고 또 걸어왔던 날들의 여러 장면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 기념 사진 한 장 안 남길 수 없지^^.

          볼이 빨갛게 익었는지, 탓는지,,,,

          그래도 표정은 기쁨을 감출 수 없는 듯....?

 

 

 

 

 

        ▼ 일 인분 샌드위치가 저렇게 크다^^.

            바게트 빵을 가르고 그 사이에 이것 저것 넣어 주는데

            나는 고기 종류보다는 오물렛을 넣어 먹는 편이었다.

            일 인분이 너무 커서, 항상 저렇게 네 등분으로 잘라달라고 했다.

            (서양 사람들은 저 커다란 걸 통채로 들고 잘들 먹던데....)

            그리고 두 조각이면 한 끼 식사로 충분하기에 나머지 두 조각은

            싸달라고 해서 간식으로 먹던지, 아니면 다음 날 아침에 먹기도 했다^^.

 

            점심을 먹고 나오려는데, 주인 여자가 잠간 기다리라더니

            순례자 여권을 보여주며 주인을 모르겠냐고 한다.

            (유니베르시따리아 였던걸 보니 어느 대학생의 것인 듯)

            한국인의 것이니 혹시 우리가 아는 사람의 것인가 하고 물어보는 것인데,

            우리도 모르는 사람.... 이 길에서 만났다 헤어지면 다시 모르는 사람이되는데...

            그나저나 평생 한 번 올까말까 하다는 여기까지 걸어오며,

            도장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않고 달려가

            열심히 세요를 받았을 그 학생이 너무 안됬다. 이제 거의 다 왔는데....

            정신줄을 놓아버렸나, 저 중요한 걸 흘리고 가다니...!

            하기야 100km 표지석도 보았겠다, 흥분이 안될 수 없었겠지 쯧..

 

 

 

 

 

          오후부터 악몽 같은 여정이었다.

          비가 제법 줄기차게 내려 아무 생각없이 그냥 걷고 또 걸을 뿐...

          갑자기 긴 다리가 나타나고 강도 보였는데, 좀 큰 듯한 마을이었고

          그 마을을 지나쳐 숲길로 들어서니 아무것도 없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는 듯 했다.

          비 때문에 잠시 어찌 된 건지...

          비오는 숲에서, 우리가 왜 이 숲 속에 있게 된 것일까, 

          여기가 어디쯤인지를 얘기하고 있는데, 다행히 비옷을 둘러 쓴 순례자 몇 명이 나타났다.

          우리는 반가워서 알베르게가 어디쯤 있냐고 물었다.

          모두들 친절하게 가던 길을 멈추고 설명해 준다. 앞으로 가려면 7km를 가야 있고

          1km만 걸으려면 뒤로 돌아가라고....ㅎㅎ 우리가 마을을 지나쳐 1km나 와 버렸다.

          그러면 저 사람들은 앞으로 7km를 더 걷겠다는거네?!

          와~ 지금이 몇 시인데... 체력이 넘쳐나는구나!

 

          우리는 그나마 더 가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되돌아와

          높은 언덕 위에 있는 마을로 올라가 공립 알베르게에 들어갔다(5유로).

          한 편으로 공사 중인 알베르게였는데, 방 하나만 오픈한 상태였다.

          부엌은 있으나 역시 그릇이 하나도 없어서 음식을 만들 수는 없었다.

          마켙에서 이것저것 저녁 먹거리와 내일 아침에 먹을 장을 봐왔다.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많이 먹어~" 라고 하는 우리나라 말이 들린다. 깜짝이야!           

           한국 말을 하는 사람이 누군가 보니, 까미노 초반에 며칠동안

           카나다에서 온 요셉 학생과 걸음 속도를 마추며 걷던 스페인 녀석이다^^.

           인대가 어찌됬다고 걸음을 잘 못 걷더니 이제 좋아졌는지...

           한참 못 봤는데 다시 보니 반갑구나.

           "하하하.. 그래 고맙다~!" 반가운 표시를 하니 웃으며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