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 38 / 아침 노을이 그리워질꺼야..

권연자 세실리아 2013. 5. 24. 16:49

 

    2012년 11월 11일 / 38 일째

 

      리바디소 다 바이쇼(Ribadiso da Baixo) → 뻬드로우소(Pedrouzo) / 23km

           (리바디소 다 바이쇼→아르수아→산따 이레네→뻬드로우소)

        

 

 

      우리 부부가 독차지하고 잤던 8명이 자는 방..

      정말 편안하고 아늑한 밤이어서 실컷 잤다.

      그런데 아름답고 운치있는 이 돌집 알베르게를 우리 부부와 스페인 부부

      단 네명이 이용했으니 조용해서 좋기는 했지만 아까운 느낌도 들었다.

      하기야 알베르게가 있고 레스또랑이 있다는 것 뿐, 순례자를 위한 

      충분한 서비스가 없는 마을이었으니 모두 다음 도시로 몰려들 갈 수 밖에...

      우리는 시골을 좋아하는데다, 어제는 한 걸음도 더 걷기 힘들만큼 지쳐있었으니

      여기서 머물렀다는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내심 좋아했었다.

 

      느긋한 기분으로 짐 정리를 마치고 떠난 시각 8시 30분 쯤..

      어제 하루 종일 비가 내리다 말다를 반복한 숲길은 축축한 낙엽 냄새가 피어올라 

      고국의 가을 산길을 걷는 착각에 빠지게 했다.

      시작부터 꼬불꼬불 오르막의 연속이다. 아침부터 지치게 하는 까미노....

 

      3.5km를 걸어 아르수아에 도착, 어느 bar에 아침식사하러 들어가니

      반갑게도 와이파이가 되는 곳이어서 재빨리 메시지 확인에 들어가고...^^

      며칠 소식을 듣지 못해 우리의 행보가 궁금했을 식구들에게 답장을 보냈다.

      '얘들아, 우린 이제 이틀만 걸으면 된단다~ !!'          

 

 

        ▼ 아침 노을을 보는 것도 이 길에서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까미노의 마지막인 내일 아침에 볼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

            이 길을 걸어오며 수없이 보았던 일출... 그리고 아름다운 아침 노을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가슴 저리게 그리워질테고,,,

            내 시선은 항상 멀리 산티아고 쪽을 향하는 날들이 이어질 듯 하다. 

 

 

 

 

        ▼ 갈리시아 지방에 들어온 후 작은 마을들을 지날 때 마다

            거의 소들과 만났었다. 진한 소똥 냄새와 더불어....^^

            소를 몰고 가는 목동은 남자가 아닌 여자들이 많았다는게 인상적이었다.

            거의 비가 내리고 있어서 사진에 담지 못한 것이 지금 후회되지만

            그 때엔 사진 찍는 일을 포기할 정도로

            내 몸을 움직여 앞으로 나가는 일이 너무 절실하고 끔찍했기에....

            정말 그런 절박한 고통의 순간이 나에게 있었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구나..!

            그래, 사진은 못찍었어도 내 머리 속엔 선명하게 그 장면들이 찍혀 있으니 됬다.

 

 

 

        ▼ 비가 오다 말다... 파란 하늘이 보이다 말다...

            계속되는 상황이 그렇다보니 비옷을 계속 입고 걷는게 편할 정도여서

            저 앞에 빨간 남자도 거추장스럽지만 계속 빨간 비옷을 입고 간다.

   

 

 

      ▼ 오늘도 산길을 오르내리는 여정이다.

          떡갈나무와 소나무, 유칼립투스 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까미노를 걸으며

          아름다운 경치에 취해 위안을 받기도 했으나

          정말 지치는 하루였다. 이 산길이 끝나는 곳이 있기나 할까...

          산티아고에 도착하기 전에 마지막 하루 밤을 머물게 될 곳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해 간다.

          아직 산티아고는 저 멀리에 있는 곳일 뿐,

          오늘은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하는 일이 중요할 뿐이다.

 

 

    

          내일이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도착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아직은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아서,

          날마다 새벽에 일어나 걸어야만 할 까마득한 길이 생각날 뿐이다.

          그런데 하루 길이 너무 힘들어, 잠시 가던 길을 멈출 때 문득 생각이 나곤 하는 종점...

          믿을 수 없는 까미노의 종점이 떠오르는데, 막상 기쁜지 속 시원한지,,,

          도대체 느낌이 없다는게 이상하고.. 수상하기까지 하다.

          내일도 이런 기분이라면.... 너무 허망할 것 같다.

 

          오늘의 목적지 뻬드로우소에 도착할 즈음, 우리는 거의 무의식 상태가 된 듯

          유칼립투스 나무들이 빽빽한 숲을 향해 걷고 있었다.

          그때 우리와 거의 앞서거니 뒤서거니 힘들어 하며 걷고 있던

          미국에서 온 가족이 우리를 부른다.

          뭐냐고 돌아서니 그 숲 속으로 들어가면 산티아고로 계속 가야하고

          오늘 밤 자고 가려면 이쪽 마을로 들어가야 한다고 정보 책자를 들고 일러준다.

          아, 고마워요. 물론 자고 가야지요...^^

          하마터면 알베르게도 없는 숲 속에서 헤메고 다닐 뻔 했구나.

          무아지경으로 걷다보면 이런 지경이 되기도 한다.

 

          그 미국인들과 마을로 들어서는데 지척이 천리 같이 느껴진다.

          마을 안 쪽으로 들어가면 알베르게가 있을텐데 한 걸음도 더 걷기가 힘들었다.

          그때 길 건너편에 펜션 간판이 보이기에 더 걷는 것을 포기하고 길을 건넜다.

          미국인들은 우리가 또 길을 잘못 드는줄 아는지 돌아서서 바라본다.

          그들도 펜션 간판을 보았겠지.... 가던 길을 간다.

          웬만하면 그들과 같이 알베르게로 갔으면 좋겠지만 어쩌랴, 한 걸음도 더는 못 가겠는걸..

 

          그렇게 들어온 펜션에는 그날 밤 우리밖에 없었다.(25유로) 

          너무 추워 난방을 잘해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 한 밤중부터는 불이 들어오지 않아

          냉방에서 자야했다. 더 걸어갔더면 알베르게에서 따뜻하게 잤을텐데....

          항상 소수가 자는 사설 알베르게는 추웠다는 경험을 잊지 말았어야 했는데..

         

          어제 밤 우리와 같은 알베르게에서 잔 스페인 부부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아침에 나올 때 보니 우리보다 먼저 출발하고 없었는데...

          하루 종일 마음에 걸려서, 어디선가 만나길 바랐지만... 끝내 만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