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Camino de Santiago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의 하루..

권연자 세실리아 2013. 6. 3. 18:07

 

     행복감으로 가슴 뿌듯했던 밤을 보냈다.

     현실에서 이렇게 행복했던 때가 언제였던가, 기억조차 가물거린다.

     아니, 기억 속에 이런 종류의 행복감을 느껴 본 기억은 아예 없는 듯 하다.

     살다보니 이렇게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찾아 온 것이다.

     푸욱 자고 행복한 아침이 밝았다.

 

     정오 미사에 참례하려고 느긋하게 준비하고 시간 맞춰 성당으로 갔다.

     어제 도착한 순례자들은 짐을 벗어 놓고 홀가분한 모습으로,

     오늘 오전에 도착한 이들은 짐을 질머진 채로 성당으로 모여들었다.

 

      수녀님이 미사전에 성가 연습을 시키더니....

      드디어 신부님이 입당하시고,

      순례자들은 저마다 감동에 젖어있고 미사는 시작되었다.

      그런데 미사가 시작되면서 신부님께서

      어제 오후부터 오늘 오전 11시 이전으로 도착한 순례자들을 각 나라별로 불러주셨다.

      모두 숨 죽이고 듣고 있는데...

      "생장 피드 포르....어쩌구... 꼬레아..." 라고, 스페인 말로 하셨지만,

      그건 분명 우리를 가리키는 '생장 피드 포르에서 출발 산티아고까지 걸어온 꼬레아 두 명'

      이라는 말이었다는 걸 알아 들을 수 있었다.

      순간 감격의 눈물이 왈칵 솟구쳤다.

      감격스러운 기분으로 미사를 마치고, 행여나 보따푸메이로 예절이 있으려나 하고

      모두들 한참씩 자리에 그대로 있었지만.... 오늘은 예절이 없는 모양이다.

 

      실망한 채 성당 안을 둘러 보려고 돌아서는데 누군가

      "와아~! 안녕하세요~~" 소리치며 달려와 끌어안는다.

      잠시 어리둥절 하다가 보니, 까미노 초반에 우리나라 젊은이들 중에

      여학생 두 명이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었다.

      너무 반가워 함께 끌어안고 눈물까지 글성거리며 그간의 안부와 소식을 물었다.

      몇 명이 완주했나 물으니 자기하고 남학생 한 명, 그렇게 두 사람만 완주하고

      다른 애들은, 여학생은 발 병이 심해서 도중에 귀국 하고, 더러는 차를 타고 왔다고 한다. 

      어떤 애는 도중에 순례자 여권을 잃어버려서 포기했고....

      아차! 우리가 어느 bar에서 점심을 먹은 후 주인 여자가 이 사람 아느냐고,

      순례자 여권을 가지고 나와 묻던 바로 그 애로구나...! 어찌 이런 일이..!!

       

      미사 후에 성당 안에서 길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여러명 다시 만났다.

      그 중 까미노 초반에 부르고스까지, 발병 난 카나다 요셉과 같이 느릿느릿 걷던

      스페인 청년, 이름은 모르지만 뽀르또마린 알베르게에서 우리보고

      "많이 먹어" 라면서 지나가던 그 청년도 만났다.

      반가워서 얼떨결에 포옹을 하며 축하한다고 서로 말해 주고 있었다.

      포옹을 하리라곤 예측도 못했었는데, 까미노를 걸어온 이들의 충만하고 기쁜 감정은

      이런 돌발 행동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약간 놀라웠다.

      포옹이 뭐 그리 대수로운 행동은 아니지만, 나는 약간 도도한(?) 면도 없지않아 있어서

      외국인들과 쉽게 포옹같은걸 하지 않았었기에......!

      그 청년도 포옹과 더불어 인사가 끝나자 약간 부끄러워 하며 얼른 사람들 뒤로 숨어버린다^^.

      그리고.... 또 반가운 사람들,

      도중에 사흘 동안 만났던 자매를 만났다. 완주를 못하고 동생의 발 병으로

      버스를 여러번 타고 왔지만 언니가 너무 아쉬워 했었다.

      우리가 걸어 오는 동안 차를 타고 산티아고에 일찍 도착했기에 동생을 그곳에 남겨 두고

      땅끝 마을 피스떼라무시아까지 혼자서 걸어갔다 왔다고 했다.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하며 점심을 함께 먹었다.

 

      사실 우리는 이날 정오 미사 후에 버스를 타고 피스떼라무시아에 가서 하루 밤 자고

      다음 날 돌아온다는 일정을 짜 두고 있었다.

      그러나 간 날이 장 날이라더니, 다음 날은 스페인 전체가 파업을 하기로 한 날이라고

      아무데도 움직이지 말고 산티아고에 가만히 있으라고 누군가 조언을 해 준다.

      이런! 그렇다면 우리의 귀국 날자와 일정이 맞지않게 되어

      피스테라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야고보 성인이 복음을 전하며 가셨던 그 길을 따라 걸어 왔던,

      우리의 산티아고 길 순례는 이렇게 끝났다.

      때로는 힘들어서, 때로는 행복해서, 

      감정의 변화가 구구절절 눈물겹기도 했던 그 날들을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잊을 수 없으리라...!!

 

 

      정오 미사 때 보따푸메이로(Botafumeiro) 예식을 하지 않아서 실망하던 차에,

      며칠 전에 도착해서 날마다 정오 미사에 참석했던 자매의 동생이 마침

      어느 날 이 예식을 하기에 동영상으로 찍어 놓았다고 집에 돌아가면 보내주겠다고 하더니,

      귀국한 후 어느날 보내왔다.

      아래의 동영상이 메일로 받은 보따푸메이로 예식이다.

 

 

                       

 

      11세기 부터 시작되었다는 이 예식은,

       그 당시 순례자들은 요즘처럼 좋은 여건 속에서 순례를 할 수 없었기에

       목욕도 하지 못한 채, 도착했을 즈음에는 남루하기 이를데 없고 냄새가 많이 났다고 한다.

       성당 안에 퍼진 악취를 없애기 위해 이 예식을 행하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있다.

 

       보따푸메이로 향로는

       무게 80kg, 높이 1.6m의 은으로 만든 대형 향로에 40g 정도의 향을 태우는 재료를 넣고

       8명의 수사들이 줄을 당긴다.

       이때 보따푸메이로 향로가 왔다갔다 하는 거리는 65m에 이르고,

       최고 높이에 이를 때 그 높이는 21m가 된다고 한다.

       

     

      산티아고 대성당과 그 내부의 모습들이다. 여유롭게 둘러보았다.

 

 

 

 

 

 

 

 

       ▼ 제대 중앙에 야고보 성인의 모습이 보인다.

           제대 옆으로 가면 야고보 성인 뒤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순례자들은 줄을 서서 이 곳으로 올라가 야고보 성인의 어깨를 만지거나

           끌어 안고 입을 맞추기도 한다.

 

 

 

 

       ▼ 야고보 성인의 조각 뒷 모습이다.

           나도 성인의 어깨를 두 팔로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 계단 위쪽에 성인을 안아보려고 기다리고 서 있는 사람이 보인다.

                  

 

 

 

         ▼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대리석 계단은 순례자들의 발길에 닳아버렸다.

                   

 

 

 

             ▼ 지하 묘소에는 순 은을 입혀서 조각한,

                 야고보 성인의 유골과 그의 제자인 테오도르아타나시오의 유해가 들어 있는

                 함이 안치되어 있다.

           

 

 

                  

 

                  

 

 

 

  

 

 

 

 

 

          ▼ 사도 마태오의 흉상.

 

 

 

 

 

 

 

 

말을 탄 야고버 사도

 

 

 

 

 

 

 

 

 

    

 

 

 

        ▼ 오브라도이로 광장 대성당 맞은 편에 있는 라소이 궁전이다.

 

 

                   

 

 

 

                  

산티아고 데 꼼뽀스텔라 대성당

 

 

 

 

 

 

 

 

 

           ▼ 이 날, 오브라도이로 광장의 모습이다.

             방금 도착한 순례자들과 어제 도착한 순례자들,

             그리고 관광객들의 모습도 섞여 있는 듯 하다.

                 

 

 

 

 

 

 

                  

 

 

 

                  

 

 

 

                  

 

                  

 

                  

 

 

 

 

 

 

 

 

 

 

 

 

 

   

 

                  

 

 

 

 

 

 

 

 

 

 

 

 

 

 

 

          

 

        ▼ 자매들을 식사에 초대해서 우리가 점심을 샀다.

            무언지 푸짐하게 보이는구나...ㅎㅎ   아무튼 맛있게 먹었다.

                                   

 

 

 

         ▼ 우리가 3박 4일 머문 펜션의 앞 모습이다.

             4층 맨 왼쪽 방이 우리 방이다.

 

 

 

 

 

 

       ▼ 발코니에서 내려다 본 모습들이다.

                   

 

 

 

  

 

    

내가 걸어 온 물리적인 산티아고 길은 이제 끝났다.

그러나....., 이제부터 걸어가야 할

까미노 데 산티아고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