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 16 / 악명 높은 메세타 고원으로 들어서다..

권연자 세실리아 2013. 2. 20. 19:23

 

    2012년 10월 20일 / 16 일째

 

         부르고스(Burgos) →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Hornillos del Camino) / 21.5km

           (부르고스→따르다호스→라베 데 라스 깔사다스→오르니요스 델 까미노)

 

 

 

      어제 하루 쉬었으니 오늘부터는 다시 순례자로 돌아가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다.

      출발하기 전, 그동안 헤어지고 만나고를 반복했던 우리나라 청년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오늘부터 메세타가 시작된다니, 하루 걷는 양을 늘려야 예정된 날에 산티아고에 도착 할

      수 있다는 그들의 계획이기에 날마다 우리보다 훨씬 많이 걸을것이고

      아마도 다시는 만나지 못 할 것이다.

      한 평생 살다보면 사람을 만나기도 많이하고 헤어지기도 많이 하지만,

      지구를 반바퀴나 돌아와 낯선 나라 낯선 길에서 우연히 만난 얘네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하물며 같은 목적을 품고 만난 인연이니 보통 인연일까.....

      특히 뱅쿠버 요셉과는 8~9일 동안을 같은 알베르게에서 자며 정도 들었는데,

      부디 그의 앞날에 행운이 함께하기를 빌며 잘가라고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까미노 데 산티아고를 걷는 순례자라면, 메세타에 관한 여러가지 두려운 소문을 듣게 된다.

       부르고스에서 레온까지 약 200km의 구간이 메세타(Meseta Central, Meseta)라고

       불리우는 지역인데, 해발 610~760m의 고원지대이다.

       이 지역을 걸었던 순례자들에 의해서 '사막'이라는 이름이 붙여졌겠으나

       순례자들로하여금 이곳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이유는,

       여름에는 그늘도 없는 밀밭의 연속으로 사막과 같은 뜨거운 태양의 열기와 건조함이

       순례자들을 무한히 괴롭힌다하고 겨울이면,

       시베리아 동토의 북풍한설과 같은 바람과 추위가 또 순례자들을 괴롭힌다고 한다.

       이런 공포스런 소문들 때문에 아예 이 구간을 걷지않고 부르고스에서 레온까지

       버스나 기차를 타고 이동하여 다음 코스부터 걷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러나 메세타를 온전히 도보로 이동한 순례자들은 이 구간이야말로

       고독과 침묵속에서 느끼는 평화, 그리고 진정한 순례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루트였다고,

       평생 잊지못할 곳으로 기억하면서 그리워하게 된다는 곳이기도 하다.

       메세타가 순례자에게 주는 고통은 끊임없이 육체적 에너지의 한계와 정신적 의지를

       시험하게 되는데, 이런 유혹들을 이기고 몸과 마음이 순례길과 하나가 되는 순간

       진정한 순례자가 될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 알베르게가 부르고스를 빠져나가는 가까운 곳에 있었기에,

      지루하게 도시를 통과하는 일 없이 새벽 가로등 불을 따라 수월하게 도시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멋진 중세의 다리를 건너서... 

 

 

 

 

 

 

         ▼ 부르고스를 나와 앞에 보이는 언덕을 지나기 전에 쉼터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다시 아침에 헤어진 우리 청년들을 만났다.

                    빨리 간다면서 언제 속도를 내려고 아직도 여기야....?

                        어쨋거나 반갑네...! 다시 못 볼줄 알았는데..^^

                    그 애들 중 여학생이 찍어주고 간 사진이다. ..... 올릴가말가 망서리다가....^^

                                   

 

 

      ▼ 첫 번째 만난 마을에서 쉬며 간식을 먹는 시간....

 

 

        ▼ 따르다호스(Tardajos) 마을

 

 

 

      ▼ 산타 마리아 성당(Iglesia de Santa Maria)

 

 

 

        ▼ 두 번째 마을 라베 데 라스 깔사다스(Rabe de las Calzadas)

           

 

 

 

        ▼ 유난히 탄탄하게 보이는 돌집들을 지나서 찾아들어간 까페....

          마을 사람들로 보이는 이들이 시끌하게 모여앉아 있어서 약간 어색했지만...,

             마음씨 좋아 보이는 이 까페의 주인 아저씨, 정말 생긴대로..^^ 

               

 

 

       ▼ 배낭을 벗어 놓으며 자리를 잡는데 주인 아저씨가 와서 '한국에서 왔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반색을 하며 다짜고짜 벽을 가리키며 보라고 한다.

         무슨 영문인지...?!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니 여기를 방문했던 사람들이 메모를 적어서 붙여놓은 것.

               아~ 한글로 쓴 메모지도 여러장 보인다!! 그래서....!

                  찬찬이 읽다보니 지난 4월에 여기를 지나다 들렸던 분,

                     '군종 교구 이...' 머라는 분의 메모도 보이네!! 혹시..?

                  한글로 쓴 메모들을 보니 하나같이 칭찬 일색이다.

     이집 아저씨가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있구나(아니, 여러나라 말로 쓴 글들도 칭찬일테지) 생각했는데...

           점심으로 시킨 또르띠야(Tortilla)와 커피를 가져다주며 방울 토마토를 서비스로 내놓는다. ㅎ

                 뿐만 아니라 성모님 '기적의 패'를 하나씩 선물로 준다^^. 

                    이렇게 친절하게 관심을 보이니, 저렇게(!) 칭찬들이 주렁주렁 매달릴 수 밖에...!

   

 

 

           ▼ 산타 마리아 성당(Iglesia de Santa Maria)

                13세기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한참 수리중이었다.

 

 

 

 

 

 

 

         ▼ 공동 묘지와 함께 있는 모나스떼리오 성모 성당.

         여기를 지나면 마을을 빠져나가게 된다. 그리고 전형적인 메세타의 시작.

 

 

 

     ▼ 성당 벽에도 선명한 까미노 표시...

 

 

        ▼ 아~ 여기서부터는 너무 힘든 여정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메세타의 본 모습이 슬슬 나타나고 있는 듯...

             점점 고원으로 올라가더니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가 계속 이어지는데,

                설상가상 비까지 내리기 시작한다.

          비옷 속에서 땀은 비오듯 흐르고....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주님'을 부르며 가는 길...

 

 

 

       ▼ 이 길을 걷는 이는 누구나 힘들었으리라...!

            그들의 고달픔이 간절한 기도와 함께 까미노 표지석 위에 하나 둘 올려지고 있다.

 

 

 

      ▼ 길 가에도 순례자들의 탑이..... 

          그들의 진한 고독이며, 몸이 느꼈을 무한한 고통이 나에게도 전해져오며

              ......... 눈물이 난다.... 

 

 

 

 

        ▼ 그렇게 기진맥진해 어느 지점에 이르자,

              저 아래 우리가 오늘 머물기로한 마을이 보인다 야~호!!

                 그러나 저기까지 가려면 아직 한참을 더 가야한다~.

                     어쨋든 목표가 보이니 그래도 위로가 되네......^^

                  까미노 마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Hornillos del Camino) 마을의

          산 로만 교구 성당(Iglesia Parroquial de San Roman)

            16세기에 만들어진 고딕 양식 성당이다.

 

 

 

       ▼ 성당 앞에 수탉 조각의 탑이 있는데, 어떤 이야기가 있겠지만.... 모르겠다.

 

 

 

       ▼ 성당 옆에 이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공립 알베르게(5유로)가 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다행히 일층에 침대가 모두 비어있었는데,

            샤워를 하고 나오니 점점 사람들이 도착하고 침대가 모두 차버렸다.

          그 후에도 여러 사람이 도착했으나 침대가 없어 다시 길을 떠나는 사람들...

            다음 마을 온따나스까지는 11km나 더 가야하는데, 

               비를 맞으며 가야할 그 사람들이 걱정스럽고 너무 안됬다.

 

 

 

 

 

          성당과 알베르게 앞에 있는 bar에 저녁 식사 예약을 하고 7시에 갔더니,

          다른 사람들은 모두 어디서 저녁을 먹는지(알베르게 지하에 조그만 부엌이 있었는데

          그곳을 이용하는 모양...), bar에는 오늘 우리 옆 침대에 자리를 잡은 

          카나다 퀘벡에서 온 부부와 우리 부부밖에 없었다.

          오늘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지만 같은 식탁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더러는 알아듣고 더러는 눈치로 이해하면서 식사를 했는데,

          그 어색한 분위기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음식을 무슨 맛으로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금방 친해지지 못하는 이넘의 성격....!

          그러나 이 부부와는 메세타를 걷는 동안 거의 같은 알베르게에 함께 머무는 인연이 시작됬다.

          60대 초반의 부부인데 친구같은 느낌이 들어 보기에 좋았다.

          이날 이후에 겪어보니, 언제나 조용하게 까미노를 걷는 일에 충실할 뿐인 모습이

          우리 부부와 많이 비슷하다고 느껴져서 만나면 반갑고 마음도 편해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