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 24 / 레온에서의 주일 미사참례는 주님께서 베푸신 은총이었다

권연자 세실리아 2013. 4. 6. 16:18

 

    12012년 10월 28일 / 24 일째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Mansilla de las Mulas) → 레온(Leon) / 19.5km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비야모로스 데 만시야스→뿌엔떼 데 비야렌떼→레온)

 

 

 

     아침에 출발하려는데 호스피탈레로가 무언가 중대 발표를 하려는지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무슨 일인가싶어 약간 긴장하면서 들어보니, 와~기쁜 소식이었다^^!

     오늘부터 썸머 타임이 해제가 된다는 소식인데, 그렇다면 아침 8시가 7시로 되는 것.

     한 시간을 공짜로 번 것같은 느낌이 들어 기분이 너무 좋았다.

     시계부터 고쳐놓고......가벼운 기분으로 길로 나섰다.

 

     정말 추운 아침이다.

     길에 고인 물은 살얼음이 졌고, 순례길 양 옆의 풀과 작은 나무들은 서리가 내려 하얗다.

     아직 11월도 되지않았는데 이렇게 춥다니.... 스페인의 겨울은 도대체 얼마나 맵고 추울가?

 

     해가 뜨기 전의 동편 하늘을 바라보니 스카이 라인이 선명하다.

     (유럽은 겨울이 다가올수록 점점 해가 늦게 뜨는데 8시가 넘어도 어둑어둑하다.)     

 

 

 

 

     ▼ 지난 밤 머문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 빠져 나가려면 에슬라 강 위를 지나는

        이 돌 다리를 건너게 된다.

 

 

 

     ▼ 다리 위에서 양 옆의 풍경을 찍은 모습이다.

         이쪽 나라들에서는 이 정도의 물도 모두 강이라고 부르는게 처음엔 좀 우스웠다.

         우리의 개울물 정도를 가지고....^^

         가을이 나무잎들을 조금씩 물들여 놓은 모습을 보며,

         아직 한참이나 더 가을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기쁨이 솟아오른다.

         나는 가을을 좋아하므로.....^^

 

 

 

 

 

 

     ▼ 인구 100명 정도가 산다는 첫 마을,

         비야모르스 데 만시야는 순례자를 위한 어떤 서비스도

         없는 곳이기에 스치 듯 지나쳐 왔고....,

         (그 마을에서 bar를 찾느라고 애썻지만 비슷한 것도 없었다ㅠ.)

        

         아래의 다리는 두 번재 마을 뿌엔떼 데 비야렌떼(Puente de Villarente)뽀르마 강

         지나가는 비야렌떼 다리(Puente de Villarente)이다.

         이 다리는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만나는 다리 중 가장 훌륭한 토목 공사를 보여주는

         다리라고 한다.

         20개의 아치로 이루어져 있고 휘어진 다리 모양이 독특한데,

         여러 번의 보수와 개축으로 아치 모양들이 각각 달라 그것 또한 이채로웠다 ㅎㅎ. 

 

 

 

  

                  

 

    

     ▼ 이 고개만 올라서면....!

         짧지만 마지막 부분이 깔딱고개 같은 이 언덕에 올라서면, 멀리 앞 쪽으로는 레온이 보이고

         돌아서서 바라보면 메세타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는 고개이다.

         몇날몇일을 만주 벌판 같은 곳을(가보지는 못했지만 옛날 어른들 말씀으로 상상이된다)

         바람 소리를 벗삼아 걸어 왔고, 메세타 평원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요와 

         적막한 평화를 충분히 만끽하며, 그리고 사랑하면서 무심으로 걸어왔던 곳....

         이제 메세타와도 마지막을 고해야한다니, 울컥 가슴으로 치미는 그 무엇......!

         언제 다시 이런 고독의 극치에서 느끼는 평화를 경험할 수 있으려나....

         잠시 많은 상념에 젖으며 메세타를 바라보았다.

         지금 보니 그리운 그 벌판을 사진으로 남기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사실은 이 때쯤 되니 사진 찍는 일이 귀찮아지기도 했지만....

         또 다른 이유를 들자면,

         이 날이 주일이기에 레온의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일념으로 

         웬만하면 사진을 생략하고 걸음을 빨리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지나면 항상 후회가 따르기 마련, 메세타의 마지막 모습을 찍었어야 했는데...!  

 

 

 

      ▼ 레온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구간은 정말 짜증나는 길이었다.

          공장들과 어수선한 대도시의 외곽 지대를 지나가는 기분은

          짜증스럽다는 말로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다.

          다들 마찬가지 기분들이었겠지.

          오죽하면 철조망에 십자가를 세우며 마음을 달랬을꼬!!

 

 

 

 

 

    마음 산란한 도시의 외곽을 지루하게 걸어 이제 완전히 레온으로 들어온 듯 하다.   

    정신 차리고 보니 이미 도시의 도로를 걷고있었는데....

   

    어느 네거리에서 앞서 가던 퀘벡 부부가 좌회전을 하는 것이다.

    노란 화살표가 좌회전 하라는 표시도 있고, 직진하라는 표시도 있다.

    잠시 헷갈려 우리가 갈 곳은 어디냐, 좌회전이냐 직진이냐... 도대체 어디로 갈것인가를 생각했다.

    맞다! 좌회전해서 가면 공립 알베르게가 있고 곧장 직진해서 구시가지로 들어가면,

    산타 마리아 광장에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가 있다고 했지...

    우리는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곳을 점찍어 놓았기에 곧장 직진했다.

 

    여기가 마지막이었다, 퀘벡 부부와의 인연은.....

    우리는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같은 길로 가고 있기에 언젠가는 다시 만나겠지 했는데,

    그 부부도 우리와 비슷해서 하루에 무리하지 않을만큼의 거리만 걷고 있었다.

    그들은 여기서 이틀 밤을 잔다했고 우리는 하루 밤 머물고 떠나버렸으니, 

    그들은 하루 거리만큼 늦게 우리 뒤를 따라올 것이다.

    나중에 생각하니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영원히 헤어지게 된 일이 너무 서운했다.

    그당시엔 또 만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전혀 헤어짐이 실감나지 않았는데....

 

    이 길에서의 만나고 헤어짐이란 날마다 일어나는 일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낯익은 얼굴들을 만나 "올라! 부엔 까미노!!"를 외치고는 헤어졌다가

    어디선가 또 만나 반갑게 인사하곤 했었으니....

    헤어지고 만남이란 이 길에서는 다반사로 경험하는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이었는데,

    그렇다해도 날이 갈 수록 왜 이리 서운하지?      

 

 

 

구시가지를 향해 열심히 걸었다.

그곳 어디쯤인가에서 성당을 쉽게 찾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에.....

갑자기 바로 옆에서 요란한 종소리가 울려 깜짝 놀랐는데,

소리나는 곳을 보니 성당이었다!

아마도 미사를 예고하는 종소리가 아닐지 생각하며 시계를 보니

11시 50분, 역시 12시 미사를 예고하는 종소리였다.

너무 기쁜 나머지 소리를 지를 뻔 하면서, 주님께 한없는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19.5km를 3시간 40분 만에 걸어 성당 옆까지 온 것이다아~!

지금까지의 걸음 속도로 볼 때, 도저히 불가능한 일인데

오늘 기적처럼 일어난 사건(!)이다 ㅎㅎㅎ.

 

                   

 

 

    ▼ 성당으로 들어와 앞 쪽으로 가서 배낭을 내려놓고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오늘의 바램을 이루어주시기 위해 우리의 발걸음을 도대체 어떻게 해주신건가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이토록 사랑해 주시는 주님께 어찌 감사를 드리지 않고 배길 수 있겠는가!

       

        이 작고 소박한 성당에서의 미사는 감격스러웠다.

        웅장한 대성당에서의 미사 봉헌도 좋겠지만,

        우리에게 편안하게 어울리는 이 작은 성당에서 한층 더 충실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미사를 봉헌 할 수 있었다고 고백할 수 있다.

 

 

 

      ▼ 미사를 마치고 나오자 어떤 분이 곁으로 오더니 어디서 왔느냐는 물음부터 시작....

          여러가지를 묻고 있다^^.

          멀리 동양에서 여기까지 와서 순례길을 걷고 있다는게 기특하게 여겨졌는지,

          너무 친밀감을 보이며 '부엔 까미노'를 외쳐 주니 덩달아 우리도 고마워서....

          '그라시아스!,,,,아디오스!'라고 외치며 떠났다.

 

 

 

       ▼ 산따 마리아 광장이다.

           이 광장을 중심으로 성당, 우리가 머문 알베르게, bar 등 여러 건물들이 있다.

 

 

 

       ▼ 산따 마리아 델 메르까도 성당(Iglesia de Santa Maria del Mercado)

          12세기에 지어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물로,

                산따 마리아 델 까미노 성당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 레온은 많은 역사적 사건이 넘치는 곳으로, 문화와 예술의 유산이 많이 남아 있는 도시다.

         1세기경 로마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지만,

         후에 스페인 영토가 되었던 초기에는 주교령이 되었고

         레온 왕국 수도로서 종교회의가 열리기도 했던 곳이라고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 활성화 된 이후에는 그 길의 중요한 이정표가 된 도시이기도 하다.

 

         현재의 레온은 이베리아 반도 북서부의 경제 발전의 중심지가 되었고,

         일년 내내 전통 축제와 행사가 끊임없이 열린다고 한다.

 

         특히 부활절에 열리는 신비로운 행진을 하는 축제는 '유대인 죽이기' 라는

         섬찟한 이름을 가진 풍습과 함께 열린다는데,

         '유대인 죽이기'의 풍습이란, 포도주에 레몬, 설탕, 과일을 넣어 만든 리모나다를 마시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짓궂기도 하지, 꼭 그런 제목을 붙여야 할 만큼 한스런 일이라도 있어서일까?

 

         5월과 6월에는 클래식 음악 축제인 호르나다스 무시깔레스(Jornadas Musicales)가 열리고,

         9월과 10월에는 대성당에서 오르간 페스티벌(Festival de Organo)이 열린다고 한다.

 

         이외에도 부활절 2 주일 후 일요일이면 산 이시도르 광장에서 열리는

         라스 까베시다스 축제(Fiesta de Las Cabezadas)가 열리는데,

         이 축제의 유래는 중세 여성들과 성직자들의 문학 콘테스트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무승부로 축제가 끝나고 여성과 성직자들이 서로 존경하는 의미에서

         맞절이라는 의미의 까베사다를 하는 축제라고 한다.

 

         레온은 이외에도 일년 내내 여러가지 많은 축제가 열리는 도시이다.

 

 

 

      ▼ 작고 아담한 이 집 아래층이 bar인데, 우리가 여러 번 드나들며 애용한 곳이다.

         레온은 식도락가들이 좋아할 만큼 음식문화가 발달 된 곳이라서

         여행객들은 맛을 찾아 도시를 누비는 듯 하지만......

         순례자인 우리는 그런것들에는 관심을 갖지 않기로 암암리에 마음을 맞추었다고 해야 할까....

        

         어쨋거나 이 bar에서 점심도, 저녁도 먹고.....

         우리집 남자의 맥주집 노릇도 해주었던 곳이다^^

         게다가 와이파이까지 되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사랑스런 bar였다!

         옛날 유럽의 문인들이 까페나 bar에 죽치고 앉아 시도 쓰고 했다지만

         나는 이 bar의 구석 창가에 앉아 카톡 문자메세지를 보내고 있었다ㅎㅎ.

 

 

 

 

 

        ▼ 까르바할라스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사설 알베르게이다.

            수도원 소속이라서 그런가?

            남여 칠세 부동석을 철저하게 적용하는 알베르게였다!

            이 길위에 나선 후, 처음으로 우리집 남자와 떨어져서 이별의 하루밤을 보냈는데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였다^^

            무거운 듯한 물건들은 남편의 짐 속으로 들어간게 많아서리.....ㅎㅎ

 

 

 

      ▼ 이 골목으로 들어오면 우리 알베르게 앞이 나온다.^^

 

 

 

      ▼ 처음에 멋 모르고 남편과 같이 여기로 들어와서 빈 침대를 찾는데

          여자 봉사자가 기겁을 하며(ㅎㅎㅎ...) 여기는 여자들 숙소니 남자는 나가달라고 한다.

          멀 새삼스럽게시리....

          오히려 여자 순례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들 할일만 하고 있는데, 웬 호들갑이람!!

 

 

 

 

      ▼ 이렇게 큰 방에서 여자들끼리만 자는 체험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했다.

          저~기 벽에 십자가가 걸려있네~!

          어쨋거나 수도승들처럼 규칙에 따라서 하루밤을 보냈다^^

 

 

 

 

      ▼ 나는 드러올 때 찜해 놓은 조용한 구석 자리에 짐을 풀었다.

          모두 먼저 도착한 순서대로 안 쪽으로 가서 자리를 잡도록 하지만, 나는 반대쪽으로...

          호스피탈레로도 묵인을 해주기에, 침낭을 펴 놓고....^^

         

 

 

      ▼ 내 침대에서 바라 본 안 쪽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