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 25 / 사라졌던 미각이 돌아오고.... 처음으로 예정대로 걷지 못한 날..

권연자 세실리아 2013. 4. 10. 15:07

 

    2012년 10월 29일 / 25 일째

 

      레온(Leon) → 비야당고스 델 빠라모(Villadangos del Paramo) / 20.5km

       (레온→뜨로바호 델 까미노→비르헨 델 까미노→발베르데 데 라 비르헨→산미겔 델 까미노

           →비야당고스 델 빠라모)

 

 

 

                          이산 가족이 되어 하루 밤을 지내고,....

                             이른 아침 모두들 식당에서 만났다.

          알베르게에서 준비해 준 빵과 커피로 간단한 식사들을 하고 있다.

     뭐, 과일이 없어서 약간 부족한 듯 했지만 그런대로 빵에 버터와 쨈을 바르고 

                        커피를 마시니 한 끼 식사는 충분했다.

     그렇게 먹고 나오면서, 약간의 기부금을(아침 식사료) 통에 넣고 나오면 되었다.

 

       어제 우리 내외에게 여러가지로 관심을 보여주던 호스피탈레로 두 사람이

             꼭 성공하기를 바란다면서 "부엔 까미노!"를 외치며

               걱정과 다정함이 깃든 눈길로 배웅을 해 주었다.

                  꼭 성공할게요~!

 

 

 

 

 

     ▼ 먼저 먹은 사람들은 싱크대에서

            자기가 쓴 그릇을 각자 설거지하고 있다.

 

 

 

     ▼ 어제 레온에 도착한 후, 우리는 알베르게가 있는 광장 옆에서만 놀았는데

             다시 까미노에 오르고 노란색 표시를 따라가니

                  어제 보았어야 했던 건축물이나 조각들이 여기저기 다 보인다.

 

                  아래 건물은 까사 데 보띠네스(Casa de Botines)라는 건물이다.

               최고의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만든 건축물인데,

       중세의 향기가 살아있는 모더니즘 건축물로 1969년에 스페인의 역사 건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 로스 구스마네스 저택(Palacio de los Guzmanes)

          현재 의회 건물로 사용되고 있는데,

            1963년 스페인 문화 자산으로 선정되었다. 

          까스띠야 지방에서 가장 아름다운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이라 한다.          

 

 

 

     ▼ 레온 대성당(Catedral de las Leon)

        13~16세기에 걸쳐 건축된 성당으로 프랑스식 고딕 양식의 걸작이라고 불린다.

             늘씬한 탑과 우아한 이중 아치가 아름답고,

                특히 대성당의 장관 중 하나라고 하는 스테인드글라스는 1700평방미터에 달하는

             넓이를 차지하고 있다는데...

          석양이 질 무렵 화려하게 빛나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장관은

            유럽 예술의 최고점을 보여준다고 한다.  

 

 

 

 

     ▼ 성당 중앙 파사드(facade)에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석조 조각과 비슷한 화려한 조각이 있다.

 

 

 

 

 

 

     ▼ 레알 바실리카 데 산 이시도로(Real Basilica de San Isidoro)

        10세기와 11세기에 만들어진 건축물인데

             바실리카와 박물관, 왕가의 무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왕궁이었던 곳이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곳에는

            세례자 요한의 턱뼈를 비롯하여 여러 성인들의 유해가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여러가지 진귀한 유물들이 남아 있으며

             최고의 가치는 왕가의 무덤이라는데, 그 많은 왕과 왕비의 무덤들은

         10세기의 프레스코화로 장식되어 있기 때문에

            '로마네스크의 시스티나 성당'이라고 불리운다고 한다.

 

             

 

 

 

 

 

 

     ▼ 산 마르꼬스(San Marcos)

        16세기 무렵 가난한 이들과 순례자를 돌보기 위해 만들어진 병원이었으나

             현재는 호화로운 고급 호텔로 사용되고 있다.

                 이 건물에는 플라테네스코 양식의 걸작품 파사드가 있다.

 

          건물 주위는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들이 단지를 이루고 있어서,

              이곳을 산 마르꼬스 단지라 부른다고 한다.            

 

  

 

        ▼ 산 마르꼬스 건물 앞에 있는 순례자상

            호세 마리아 아퀴나(Jose Maria Aquna) 작품인데,

            메세타를 힘들게 걸어온 순례자가 신발을 벗어 놓고 십자가에 기대어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다.

            순례자들은 이 동상 앞에서 한참씩 바라보며, 그 모습에 절절한 공감을 하게된다^^.

 

  

 

 

 

     ▼ 이게 도대체 머인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옹기 굽는 가마터 같기도 하고....

         포도주 창고인지, 아니면 곡물 창고인지.... 지금 무엇으로 쓰이고 있는 곳인지?

         궁금증에 몇 컷 찍고 지나간다^^.

 

 

 

 

 

 

       ▼ 레온를 벗어나기가 무척 힘들었다.

           가도가도 도시의 연속.... 알고보니, 베드타운 노릇을 하고 있는 다음 마을이

           슬쩍슬쩍 커져서 이젠 아예 레온과 붙어버려 어디가 경계인지도 모르게 된 듯 했다.

           짜증이 슬금슬금 올라올 즈음, 도로변 건물의 커다란 창에 비친 우리 모습을 찍어보았다.

           "당신들은 누구요?"

 

 

 

         지루하게 도시를 벗어나오던 길에 스포츠 용품 가게에 들려 남편의 판쵸를 샀다.

         한국에서 전에 샀던 것을 가져왔었는데 무거워서 부르고스에다 버리고

         부르고스에서 산 것은 비오는 날 입고 오다 찢어져서 버렸고

         이번이 세 번째 사는 것인데.... 끝까지 제 몫을 다 해주려나? 그것이 문제다....ㅎㅎ

 

         ▼ 어쨋거나 오전에는 그런대로 기운차게 걷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25km라는 거리가 아무래도 나를 지치게 할 것 같은 날....

                    도시를 빠져 나오는데 너무 기운을 빼버려서 어찌 될지 슬며시 걱정이 됬다.

 

 

 

        ▼ 재미있게 생긴 이 조형물을 지나면 까미노 루트가 두 갈래로 갈리게 된다.

           원래의 순례길은 오른 쪽이지만 옆으로 도로를 끼고 걷게 되어 있기 때문에

           왼쪽에 만들어 놓았다는 조용한 대체 루트를 이용하는 순례자들도 많은 것 같다.

 

 

 

      ▼ 그러나 우리는 정통 프란세스 까미노인 오른 쪽을 택했다.

          시작부터 오르막 길이다.

          그러나 언덕을 올라서면서 그 때부터 오른 쪽에 도로를 끼고 걷게 된다.

          지루하고 힘들던 길......ㅠ

         

 

 

       ▼ 세 번째 마을 발베르데 데 라 비르헨(Valverde de la Virgen) 에 있는 

           산타 엔그라시아 교구 성당(Iglesia Parroquial de Santa Engracia).

         성당의 종탑에는 황새 부부가 여름마다 새끼를 낳아 기른다고......^^

 

          어느 bar에 들려 또르띠야와 커피를 시켜놓고....

          아~! 그런데 감기약을 끊은지 오래 되었건만 음식 맛을 통 모르겠더니,

          오늘 처음으로 혀에 음식 맛을 감별하는 기능이 돌아 온 듯 하다.

          먹고 있는 음식이 어떤 맛인지 드디어 알아낸 것이다아~!!

          별 일 아닌데... 그래도 기뻣다!

 

 

 

       ▼ 고달픈 누군가가 아픈 발을 참다못해 신발을 바꾼 모양이다.

           저 신발 때문에 고생이 많았겠지만 그래도 벗어 버리고 가려니 서운했던게지.....^^

 

 

 

         오후가 되면서 걷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패잔병처럼 발을 질질 끌었다.

         오늘 계획한 목적지까지는 25km인데, 자동차 도로 옆으로 순례길이 있어서인지

         더 피곤한 듯 하다.

         점심을 먹고난 후 부터는,

         이러다 정신을 놓아버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

         폭팔할 것 같은 심정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떼어놓는데....

         도로 옆에 갑자기 알베르게 간판이 보인다. 근데 여기가 어디지?       

 

      ▼ 도로에 서서 멍하니 바라보며 분명 우리의 목적지는 아니기에

              여기로 들어갈까 말까 주저하고 있는데

                    두어 번 만난 일이 있는 우리나라 젊은이들 몇이 문으로 나온다.

                순간 더 주저할 것 없이 알베르게로 들어갔다.

           알베르게는 휑~한 느낌이 들었으나 깨끗했고 주방도 있어서 그런대로 안심이다.

             이런 순서를 밟아서 오늘의 목적지 4.5km를 남겨 놓고......

                처음으로 예정대로 걷지 못한 날이다ㅠ.

        

         우리 젊은이들은 레온에서 차를 타고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두 명은 형제이고, 다른 두 명은 이 길을 걷다가 만난 사이란다.

                 그 젊은 애들은 일찍 도착해서 여기서 점심을 해 먹었다고.....

             우리도 장을 봐다가 저녁에는 밥을 해 먹었다.

         나는 아무거나 요기만 조금 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우리집 남자는 '밥이 보약'이라는 신념으로 먹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기왕이면 부엌이 있는 알베르게에 머무르려하고

                    마을에 마트가 없다고 하면 실망을 이만저만 하는게 아니다^^.

         

         공립 알베르게인데 호스피탈레로가 오후 7시에나 온다니 주인없는 집에서

             객들만 판치고 있는 중이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기에 이것저것 모아서 세탁기에 넣고,

             몇 개 함께 빨아달라는 우리나라 젊은이 빨래감도 같이 넣고 빨아

                건조기에 말리니 마음까지 개운해진다.

            가을 겨울에 걷다보면 해가 짧아서 빨래를 볕에 말릴 시간이 없기때문에

         세탁기 있는 알베르게를 만나면 모아두었던 빨래를 하곤 했다. 

 

         아~ 만사가 다 해결이 된 듯 한데 왜 이리 춥지?

         도무지 난방이 안되는 알베르게다. 밤에 추울게 뻔해서 걱정이다.         

 

 

 

길가에 있는 이 알베르게!

외양도 깨끗하고 앞에 잔디가 있는 정원까지 있으니

우리도 그랬지만, 아마도 많은 순례자들이 더 가야할 길을 포기하고

이 집으로 들어오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그런데 계절이 맞지않으면, 나처럼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은

하루밤 고생 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얼마나 추운지 밤새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옷은 다 껴입고 침낭 속에 들어가 얼굴과 머리도 가리고......

그래도 엄청나게 추운 밤을 보냈다!!

"무니시팔! 다시는 여기 안들어올거다!"

'무니시팔(공립 알베르게)'이 욕은 아니지만 우리 말로는 욕처럼 들리는게 웃겼는데,...

지난 밤 어찌나 몸서리치게 추었던지, 무슨 욕이라도 하고 싶던 차에

욕처럼 시원하게 써먹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