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 26 / 떡갈나무 숲에서 바람결에 들리던 휘파람 소리..

권연자 세실리아 2013. 4. 16. 11:37

 

    2012년 10월 30일 / 26 일째

 

     비야당고스 델 빠리모(Villadangos del Paramo) → 아스또르가(Astorga) / 29km

        (비야당고스 델 빠라모→산 마르띤 델 까미노→오스삐딸 데 오르비고→

            산띠바녜스 데 발데이글레시아스→산 후스또 데 라 베가→아스또르가)

 

 

 

               어제 오후, 목적지까지 4.5km를 남겨둔 지점에서

               도저히 더 이상 걸을 수 없다고,

               길가에 있던 알베르게에 들어가 짐을 풀었었는데,,,,,

               4.5km를 포기했던 대가를 톡톡히 치른 하루밤이었다 ㅠ.

               이 길을 걷기 시작한 후, 난방 없는 방에서

               처음으로 극심한 추위에 떨며 지새운 밤이었으니까!

               지긋지긋한 알베르게를 빨리 벗어나고 싶어 서둘러 떠났다.

         

               그리고...,

               어제 걸었어야 했던 4.5km의 거리와 

               오늘 걸어야 할 24.5km를 보탠, 29km를 걷느라 초죽음(?)이 됬던 날이기도 하다.

               등짐 질머지고 처음으로 7~8시간 걸었으니까.... 

          

               어쨋거나 목적지 산티아고 까지의 거리 중, 3분의 2를 넘어선 상태이니

               이제부터는 하루에 걷는 거리가 조금씩 늘어나야 하는데

               어떤 날은 덜 힘든 날이 있는가하면, 또 어느 날은

               아침부터 한걸음 한걸음이 쇳덩이를 발목에 달고 걷는 것처럼 힘든 날이 있으니,

               나에게는 그것도 불가사의한 일이다^^.

 

 

 

        

 

 

           ▼ 개인 주택 담장에도 가리비 모양의 장식이 있어 반갑기만 하다^^

 

 

 

        ▼ 두 번째 마을 오스삐달 데 오르비고(Hospital de Orbigo).

          오르비고 강 흐르는 이곳은 다리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마을로 나뉘어 있다.

           아래의 다리는 로마시대에 처음 축조되었지만 여러 시대에 걸쳐 변형되었고

           스무개 남짓한 아치로 건설된 다리인데,

           산티아고 가는 길 중에서 가장 긴 다리라고 한다.

          

           최초의 이름은 알 수 없으나,

           수에로 라는 기사가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결투를 치렀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되어

           '명예로운 걸음의 다리(Puente del Passo Honroso)' 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아치들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3세기의 것도 있다고 한다.

 

                  

 

 

        ▼ 다리 위에서 가을이 물들어가는 이쪽 저쪽을 본 모습이다.

 

 

 

 

        ▼ 다리 위를 한참이나 걸었는데, 다리는 또 휘어지고 있다.

 

 

 

       ▼ ㅎㅎㅎ.... 사탕수수밭 옆을 걸어가는 내 모습이다.

           아침에 또 비가 오다말다 해서 아예 가방 씌우개를 씌운채 걷고 있다.

           저런 짐덩이를 둘러메고 걸을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무거운 것 드는 일은 생각도 못하던 사람인데....^^

 

 

 

 

      ▼ 세 번째 마을 산띠바녜스 데 발데이글레시아스(Santibanez de Valdeiglesias).

        지겨운 차 소리때문에 더욱 빨리 지쳐가며 자동차 도로 옆으로 걷다가

         이 마을로 접어들 때, 거의 90도로 휘어져 들어오는 길이 처음에는 믿기지 않아서

         길을 잘못 들었나 걱정을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오랫만에 조용한 시골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되니 꿈만 같았다.

         고요와 침묵의 아이콘 같은 '메세타'를 벗어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

         역시 나는 시골형 인간인 듯 하다^^

 

         이 마을 bar에서 느긋한 마음으로 점심 식사....

 

 

 

       ▼ 산띠시마 삼위일체 교구 성당(Iglesia Parroquial de la Santisima Trinidad)

              순례자 성 로께 무슬림을 물리치는 산띠아고를 비롯하여

                   수많은 성인상들이 있다고 한다.

 

 

 

      ▼ 이번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나는 유독 다 무너져가는 빈 집들에 마음이 끌렸다.

          무너지고 헐리고...., 귀신이나 살 것 같은 ...

          그런 집들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을 것 같기에....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빈 집들은

          슬픈 이야기, 기쁜 이야기, 억울하기도 하고 한 스럽기도한

          수 많은 사연들을 풀어놓을 것 같아

          한참씩이나 무너져버린 빈 집 앞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곤 했었다.

          (때로는 '다 무너진 집을 뭘 볼게 있다고 사진을 찍냐'는 남편의 핀잔을 들어가며...)   

 

 

 

       ▼ 마을을 빠져나오자, 까미노는 야트막한 산으로 이어지고 있었는데

              분위기며 풍경이며....

              이런 것들이 다시 나에게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듯,

              한동안 힘차게 걸을 수 있었다.

 

 

 

 

        ▼ 정말 귀여운 포도 나무들...

              산이라 부르기엔 좀 그렇더라도

              어쨋거나 올라가니 산이라고 해야겠지...

            기분좋게 떡갈나무 숲을 향해 올라가는데 휴대폰 메세지 오는 휘파람 소리가 계속 들린다.

            아~~ 새소리처럼 기분 좋게 들리던 휘파람 소리,

               와이파이가 되는 곳도 아닐텐데.. 궁금해서 휴대폰을 꺼내보니

                  ㅋㅋ.. 서학동 성당 사무장님이 띄운 메세지다.

                    '금요일 오후 7시에 사목회가 있다'고....^^

                  또 다른 것은 어느 형제(혹은 자매)님이 돌아가셨으니 연도(망자를 위한 기도)를

                해달라는 부탁, 장례 미사는 어느날 몇시.....이런 메세지들이었다^^.

              어떤 내용이 됬든 그런게 무슨 상관이랴, 우리나라에서 날라온 것이니

                 무조건 반갑고 기뻤었다 ㅎㅎ...

 

 

 

 

        ▼ 떡갈나무 숲으로 들어가는 갈림길에도

         길을 잘못들지 않게 도와주는 노란 화살표는 충실히 우리를 인도하고 있었다.

 

 

 

 

 

 

          ▼ 숲을 지나자 산 꼭대기에 평야처럼 넓은 곳이 나타났다.

           저~기, 창고처럼 생긴 다 허물어진 곳.....!

  

 

 

       ▼ 이 남자가 우리를 보더니 깜짝 반가워하면서,

               느닷없이 "코리안 밥!" 이라고 외치며 커다란 냄비 뚜껑을 열어 보여준다.

                  딱 보니 개밥처럼 보였는데, 여러가지 색갈이 혼합된,,,,

               아무튼, 어떤 식으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재료는 쌀이 분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식의 밥은 절대로 아니기에,

               "노! 우리나라 밥 아니야!" 라고 내가 소리쳤다.

                  자기가 만들어 먹다가 남긴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모양새가 영락없는 개밥인데,

                그곳에 도착하는 사람들에게 계속 냄비 뚜껑을 열어보이며

             "코리안 밥!"을 외쳐대니 참을 수가 있나....!

                 강력하게(!) 아니라고 설명하니 약간 머쓱해 하더라만,, 그래도 그렇지,

                    우리나라 밥이 어찌 저런 개밥처럼 생겼단 말인가, 자존심 상하게스리..!

 

 

 

          ▼ 이 산 꼭대기에서 이 사람은,

           여러가지 음료수를 준비해 놓고 지나가는 순례자들에게 마시라고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모두들 힘들게 산으로 올라온 터라 한 잔씩 마신다.

           그리고는 동전을 몇푼씩 놓고 간다.

           돈을 내라는 말도, 얼마라는 말도 없지만 공짜로 마시는 이는 없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서비스~!

           순례자 여권에 빨간 하트 모양의 스탬프(세요)를 찍어주고 있었다^^.

 

 

 

      ▼ 산또 또리비오 십자가(Crucero de Santo Toribio)

          아스또르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이 언덕에 있는 십자가에는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5세기의 아스또르가 주교였던 성 또리비오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추방을 당했다.

            그는 아스또르가로 향하는 높은 언덕에 앉아 샌들의 먼지를 털면서

            "아스또르가 소유라면 먼지도 가져가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세월이 흐른 뒤 주교가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된 아스또르가 사람들이

             이 언덕에 그를 기리는 십자가를 세웠다는 것.  

 

             저 멀리 보이는 곳이 아스또르가이고,

             바로 산 밑에 보이는 마을이 산 후스또 데 라 베가 이다.

             여기서 오늘의 목적지 아스또르가 까지는 아직도 까마득하게 걸어야 한다..ㅠㅜ           

 

 

 

      ▼ 아스또르가까지 거의 쓰러질 듯 말 듯, 고통스럽게 도착을 했으나

          대성당과 알베르게가 있는 언덕을 또 올라가야 했다.

          첨탑이 올려다 보이는 성당 쪽을 향해 방향을 잡으며 가다가 도저히(!)

          더는 못 걸을것 같아서,

          길가에 있던 Hostal에 들어갔는데 하루밤 60 유로라는 말에 놀라 '호텔이냐?'고

          쏘아준 후 나와버렸다. 내가 힘든 것이 누구 탓도 아니건만.....!  

 

           아래 건물은  주교궁(Palacio Episcopal) 이라 불리는 건물인데,

           원래 스페인의 대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설계하여 주교의 거처로 건축되었으나  

           주교관으로는 쓰이지 않았고, 현재 까미노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 산따 마리아 대성당(Catedral de Santa Maria)

         로마네스크와 고딕, 바로크 양식이 혼합되어 있는 최고의 성당으로

          아스또르가에서 가장 중요한 건축물이다.

 

 

 

 

 

 

       ▼ 알베르가가 있던 그 골목....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오던 샤워장이며, 부엌 식당이 맘에 들던 숙소였다.

          많은 순례자들이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었는데, 우리는 너무 피곤해서

          이것 저것 장을 봐 왔으나 만들어 먹을 의욕이 생기지않아서

          빵과 여러가지 햄 종류, 과일과 음료수 등으로 식사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커다란 냄비에 파스타를 만들어 먹고 있던 사람들이

          자기네가 많이 했으니 먹으란다^^.

          나는 먹을 생각이 없고.... 우리 남편은 맛있게 먹으며 좋아한다.

 

 

 

아스또르가는 다양한 예술적인 유산과 역사가 살아있는 곳이다.

도시의 어느 방향으로 가든지 매력적인 풍경과 훌륭한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전설 또한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그중에서 성 프란시스코에 관한 이야기,,,,,,

 

전설에 따르면

산티아고로 순례를 가던 성 프란시스코

지치고 병든 상태로 아스또르가에 도착하여

극진한 보살핌을 받아 건강이 회복되자 다시 까미노를 떠났는데,

도시의 유력자들이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라바날 델 까미노까지 전령을 보내어 

다시 아스또르가에 돌아와 수도원을 세워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성 프란시스코 자기가 돌아오지는 않았으나

 제자 한 사람을 보내 성 프란시스코 수도원을 설립하게 했다.

자신을 대신하여 제자를 보내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성 프란시스코 편지가

독립 전쟁 때 까지 문서 보관소에 보관되어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