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 27 / 누가 그 여인을 모르시나요..

권연자 세실리아 2013. 4. 19. 11:00

 

     2012년 10월 31일 / 27 일째

        

         아스또르가(Astorga) → 라바날 델 까미노(Rabanal del Camino) / 23.5km

          (아스또르가→무리아스 데 레치발도까스뜨리요 데 로스 뽈바사레스

              산따 까딸리나 데 소모사엘 간소라바날 델 까미노)

 

  

 

           맘에 드는 알베르게(5유로 였었지..)를 만나 잘 쉬고나면,

           다음 날 그곳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늘 아쉽다.

           언제 다시 올지말지 장담할 수 없는게 이 길 걷는 일이 아니던가.

           도시도 아름다워 더 머물며 돌아다니고 싶기도 했으나, 어차피 우리는

           충실히 이 길을 무사히 걸어 목적지 산티아고에 도착해야 하는 일차적 목표가 있으니

           미련을 뒤로 하고 길을 나선다.

 

           어제 너무 힘들게 왔기에,

           오늘은 어제보다 거리가 짧으니 좀 덜 힘들겠지... 

           여기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던 것은 주님의 도우심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감사의 기도를 하며 출발한다.

 

           처음보다 점점 사진이 줄어들고 있는게 보인다.

           걷다보니 몸 제대로 간수하기도 힘든 일이고,

           카메라 들이대고 찍는 일도 귀찮고 부질없는 일처럼 생각되기도 하고.....

           그러나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스스로를 깨워 어떤 사명감이라도 있는 것 처럼

           문득문득 찍은 사진들이 있을 뿐이다...^^  

          

 

 

 

 

        ▼길을 걷던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돌 화살표를 지나치며 나는 무심히 걷는다.

           그러나 저런 걸 보고 지나칠 때면 늘 감탄하기마련이다.

           걷는 일만해도 힘든데 저런걸 만들 여유가 어떻게 생기는지......!       

                   

 

 

 

         ▼ 아침에 출발하여 12.5km가 되는 이 마을까지

                잔잔한 풍경 속 오솔길 같은 까미노를 따라 걸었다.

                   문득 보니 마을 간판이 보인다. 여기가 몇 번째 마을이지?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갑자기 제 정신이 돌아온 듯.....^^

                산따 까딸리나 데 소모사 라는 세 번째 마을이었다.

             아마도 여기까지는 별 특이한 풍경이 없었던 듯,,,, 사진이 별로.....없다^^

 

 

 

 

         ▼ 유난히 돌담이 많은 마을이다.

             돌담이 풍기는 특유의 정취가 맘에 쏙 들어

             어느 담 밑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쉬기도 했다.

 

             돌담으로 둘러싸인 목장이 마을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서

             허물어진 집들과 무너진 돌담들이 정감을 더해주는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이 50명이 채 되지않는 마을이라지만

              순례자들이 까미노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레온이라고 산 아래에 자리잡고 있어서

              순례자들은 이 작은 마을을 반드시 거쳐가게 된다.

 

 

 

 

 

 

 

 

 

         ▼ 무너진 돌 집들과 돌 담을 지나오면서

             이제는 쇠퇴해져 현대의 문명에서 밀려난 듯이 보이는,

             이 작은 마을이 품고 있을 영욕의 세월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해 왔다.

 

 

 

         ▼ 어쨋거나,,,,

             무너진 돌 담너머로 보이는 풍경과

             파란 가을 하늘에 옅은 구름이 그려놓은 그림은 아름다웠고

             답답하고 지친 가슴에 청량수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 엘 간소(El Ganso)라는 마을에 있는 bar 이다.

             마을 이름부터 서부 영화를 상상하게 만들더니 '바르' 이름도 역시나....^^

             저기 들어가서 점심을 먹었다.

             동네 사람 두어명이 무슨 일인지 크게 흥분해서 떠드는 통에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어디로 들어가는지 정신이 산란했던 기억이 난다.

             서부 영화처럼 총질은 않했어도, 입으로 떠드는건 총질 못지않게 어수선 했었지.....!

 

 

 

 

        ▼ 산띠아고 교구 성당(Iglesia Parroquial de Santiogo)

                마라가떼리아 특유의 불그스레한 돌로 지은 성당으로

                  전통적인 종탑이 있다.

 

 

 

          ▼ 엘 간소 마을에 오기 전 부터 꾸준히 오르막 길을 걸었는데

              엘 간소를 지나서도 역시 오르막으로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다가

              떡갈나무 숲을 만나게 되었다.

              철조망 울타리에 순례자들이 나뭇가지로 만들어 놓은 십자가들이

              그들의 고달픔을 대변해 주고 있는 듯 했고...

              너무 마음에 들던 길.....^^

 

 

 

 

 

          ▼ 벤디또 끄리스또 데 라 베라 끄루스 성당(Ermita del Bendito Cristo de la Vera Cruz)

               18세기에 건축된 성당으로 마을 입구에 공동묘지와 함께 있다.

 

               저 성당이 나타나면서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라바날 델 까미노에 도착했다.

               이 마을은 수 많은 전설과 역사가 존재하는 곳이라고 한다.

               중세부터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인데, 오늘날 까지도

               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고 한다.

 

 

 

        ▼ 마을 입구에서부터 돌로 지은 집들이 인상적이었는데...

              이 부근에 돌이 많은지, 집뿐만 아니라 돌담도 많았다.

 

 

 

 

           ▼ 산 호세 소성당(Capilla de San Jose)

               정직한 마부가 봉헌한 보석으로 만들어졌다는 전설이 있는 성당인데

               안에 사도 야고보 상이 있다고 한다

 

               이 성당에는 정직한 마부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옛날 어느날 이름을 알 수 없는 상인 한 사람이 마라가떼리아의 마부 호세 까스뜨로에게

               커다란 상자 하나를 맡긴 후 , 자신이 호세의 집으로 직접 찾으러 가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러나 한참을 지나도 짐을 찾으러 오지 않자

               마부는 상자를 열어 그 상자의 주인을 찾을 수 있는 단서를 찾으려했다.

               상자 안에는 값나가는 보물들이 가득했는데 누구의 것인지에 대한 단서는 찾을 수 없었다.

               세월이 가고 죽을 날이 다가온 마부는 그때까지 고이 보관하고 있던 상자를 열어

               산 호세 소성당을 짓는데 봉헌했다고 한다.

 

 

 

 

          ▼ 우리가 들어간 사설 알베르게다.(5유로)

              광장 옆에 공립 알베르게는 문을 닫아서 이 마을에 들른 순례자들은

              모두 여기서 자는 듯 했다.

             

 

 

        ▼ 위의 사진에서, 대문으로 들어가니 이런 마당이 나왔다.

            오른 쪽이 bar였지만,

            레스또랑이 아니기에 제대로 된 요리는 먹을 수 없으나 간단한 요기 정도,

            그리고 맥주, 와인 같은 것을 마실 수 있었다.

 

            앞에 굴속처럼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면 오른 쪽에 숙소가 있던데

            좁은 방에 침대를 다닥다닥 붙여 놓은 방이었다.

            한 밤중에 보니 늦게 온 순례자들은 창고 같은 텅 빈 방에 매트리스를 깔고

            난방도 안되는 곳에서 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날은 너무 추웠고 나는 덜덜 떨며 집안을 돌아다니다가

            그 광경을 보고 내심 많이 놀랐었다.

 

            침대에 짐을 내려놓고 마을 구경을 나갔는데 어찌나 추운지

            한겨울 같은 추위였다.

            하긴, 이 마을이 해발 1.100m가 넘는 곳이라니

            추울 법도 하겠지만.......

 

 

 

 

        ▼ 성모 승천 성당(Iglesia Parroquial de la Asuncion)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이다.

             이 성모 승천 성당은 기적을 일으킨다고 한다.

             폭풍우가 치는 날이면

             신도들이 성당에 모여 성 바르바라에게 도움을 청하며 성당의 종을 친다고 한다.

             그러면 폭풍우가 마을을 비껴가 해를 입지 않는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성당은 베네딕도 수도회 소속으로,

              우리나라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이곳 수도회에서 우리나라에 파견 나와 경북 왜관베네딕도 수도원 세웠다고 한다.

              베네딕도회에서는 지금도 라틴어 미사를 고수하고 있기에 

              이 성당에서도 주일 미사에 그레고리안 성가로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많은 순례자들이 이 성당의 그레고리안 성가로 봉헌되는

              미사에 참례하려고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가 이 마을에 도착한 날이 수요일이었기에

              미사에 참례하는 행운을 얻지는 못했고 혹시나 평일 미사가 있을가하고

              알아보았으나..... 없다고 ㅠ.

             

              그러나 뭐....,

              나의 본당인 서학동 성당에서는 금요일마다 라틴어 미사를 봉헌하면서

              그레고리안 성가를 부르고 있으니, 별로 아쉬운 마음은 없었다^^.

              한 일년 정도 날마다 온통 라틴어로 미사를 봉헌하며 그레고리안 성가를 부른 덕분에,

              현재는 신자들이 술~술 제법 잘 부르고 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성당이 아닐까,,,?

              우리 성당에도 순례자들이 몰려오지 않을가 기대해봐도 좋을 듯 하다...,ㅎㅎ

              여기 오니까, 우리 성당에서 늘 하고있는 일이기에 자랑질을 좀 하고 싶어서......^^                             

 

 

 

      ▼ 이 성당을 세운 신부님의 동상이라고 한다.

 

 

          ▼ 성당 앞에 있는 베네딕도회 수사들이 머무는 숙소다.

 

 

 

        ▼ 성모 승천 성당 제대 부분.

 

 

 

        ▼ 마을 전체가 돌집으로 지어져 아담하고 예쁜 마을이었다.

            창문이나 현관을 파랗게 칠하는, 약간 튀는 감각의 집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이 지방의 독특한 감각인 듯 했다.

 

          숙소 bar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있는데,

          많이 지친 듯한 여자 순례자 한 사람이 들어와서 주인 아주머니와

          무슨 사연인지 긴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어쩐지 자꾸 신경이 쓰였다.

          나중에 자려고 들어와 보니 우리 옆 침대에 짐을 풀고 있었다.

          눈을 마추고 인사를 하고는 관심을 끊으려 했지만....

          

          결국 나는 원치도 않았는데 그 여인과 긴~긴 얘기를 하게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얘기를 나눴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그 여자는 프랑스인이였고, 니스 근방에 사는데 거기서 부터 걸어왔노라고....

          깜짝 놀랐지만, 내가 이해한 바로는 그랬다.

          우리는 서로 영어도 충분히 할 수 없었는데다, 나는 옛날에 배운

          프랑스어를 죄다 까먹어버렸으니 그것도 한심했고,

          더더군다나 스페인어라고는 단어 몇개 밖에 모르는데.....  

        

          그런데 얘기가 너무 잘 통하고 있다는게 신기했다.

          피레네 산을 넘을 때의 끔찍했던 바람 이야기며 그 높이가 몇 미터인데

          앞으로도 그 보다 더 놓은 산을 넘어야된다는 둥...

          아예 짐 속에서 책까지 꺼내어 보여 주면서

          우리는 떠듬 떠듬 죽이 잘 맞아 얘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답답할 땐 우리 말도 섞어가며 ㅎㅎㅎ... 어쩔 수 없지,

          그 여자도 프랑스 말을 섞어가며 했으니까 머,,,!

          정말 답답하지않게 대화를 나누자면 영어 한 가지는 잘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새삼 느낀 날이다. 물론 아무 말도 못하는 사람들도 잘들 걷고 있었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거의 자기 나라 말만 하더구만.

          다음에 올 땐 영어 공부를 잘 해가지고 와야지 ^^.

 

          아무튼,

          옛날 <일요일은 참으세요> 등, 우리나라에 소개된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왔던

          그리스의 여배우 멜리나 메루꾸리처럼 생긴 이 여자와는

          그 후에도 몇 번 같은 알베르게에서 만났는데,

          항상 늦게야 도착하는 걸 보니 매우 천천히 걷고 있었던 것 같았다.

          산티아고 도착 이 삼일 전 까지 만났었는데, 그 후로는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까미노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 중 가장 인상 깊게 많이 생각나는 사람이다.

          영영 못만날 줄 알았더라면 사진이라도 찍어올걸,

          그때는 다시 만나려니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너무 아쉽다.

          이상하게도, 이름도 성도 모르는 그 여인이 참 많이 보고싶어질 때가 있으니

          이 노릇을 어찌할꼬!

          영원히 못 만난다는 생각을 하면 무슨 정이 그리 들었는지,

          눈물이 글썽여지며 대책 없는 그리움이 솟아오른다.

          크고 깊은 눈매에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를 하던 그 여인,

          멜리나 메루꾸리 처럼 생긴 그 프랑스 여인을 누가 모르시나요...?

          안타까운 마음에 세상에 대고 소리쳐 묻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