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 28 / 철십자가 아래 내려놓은 치명자산 돌, 그곳에서 천 년을 기도가 되거라..

권연자 세실리아 2013. 4. 24. 22:04

 

    2012년 11월 1일 / 28 일째

 

     라바날 델 까미노(Rabanal del Camino) → 리에고 데 암브로스(Riego de Ambros) / 20.5km

       (라바날 델 까미노→폰세바돈→(끄루스 데 페로)→만하린→엘 아세보→리에고 데 암브로스) 

 

 

    

         침대가 촘촘히 붙어 있는 방이어서

         사람들의 체온을 합한 온도만으로도 난방이 될 지경이었는데,

         제대로 난방을 해 주었는지 따뜻한 하루밤을 보냈다.

         라바날 델 까미노 인구가 50여 명 밖에 되지 않는다는 작은 마을이지만

         순례자를 위한 시설은 부족함이 없는 쾌적하고 정감이 가는 마을이었다.

        

         오늘은 산 위에 있는 마을,,,

         오래 전부터 버려진 집들만 유령 마을처럼 있었다는,,

         그런채로 세월이 흐르다가 순례자의 수가 다시 늘어나자

         알베르게도 생기면서 다시 살아나기 시작하고 있는 마을 폰세바돈 이르고,

         

         폰세바돈을 지나면

         순례자들의 사연과 기도가 담긴 돌멩이가 천년의 세월을 이어오면서 쌓여 있는

         철십자가를 만나기도 하면서, 1532m가 되는 정상을 지나게 되는 날이다.

         까미노 여정 중 가장 높은 산이라고 하니, 한달여를 걸어 온 순례자들이지만 

         모두들 다른날 보다 긴장감이 감도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제 저녁식사를 했던, 알베르게에서 운영하는 bar로 가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길을 나섰다.

         검은 구름들이 낮게 드리워 있긴해도 동편 하늘을 보니 

         역시 해가 솟아 오르기 직전의 아름다운 하늘이 조금 보이기에 다소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나무 그늘에서 서둘러 비옷을 꺼내 둘러 쓰면서, 제발 오늘만은 날이 개이기를 바랐는데...

         그렇게 시작된 비가, 하루의 여정을 엄청난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시작이었음을

         그때는 짐작조차 못했었다.

 

        ▼ 길을 떠나며 알베르게 앞에서 바라 본 동 쪽 하늘이다.

 

 

 

         ▼ 산 길이 축축하게 젖기 시작하고,,,

 

 

           ▼ 점 점 본격적으로 비는 내리고,

                  인적도 끊긴 산 길이 외롭다. 다른 이들은 모두 어찌 된 일인지 보이질 않네.....?

 

 

 

 

            산으로 올라 갈 수록 점점 거세지는 바람과 빗 줄기는 앞을 볼 수 없을 정도가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안개까지 자욱히 끼어 사방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평상시 같았으면 산 중에서 조난을 당하지나 않을가 걱정을 했을터였는데,

                   그래도 주님께서 이끄신 길인데 별 일이 있겠냐고...

                      몸은 많이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편안했다.

                     

                      더우기 철십자가 아래에 내려 놓을 나의 기도와

                   살아오면서 조금씩 조금씩 가슴에 체증처럼 쌓인 

                모든 노폐물(?)들을 십자가 밑에 내려놓을 생각을 하니

              오히려 기쁨이 솟아오르던 산행이었다면..., 그러나 정확한 표현이다.

                                   

 

 

     ▼ 끄루스 데 페로(La Cruz de Ferro)라고 불리는 철십자가이다.

       이 철십자가가 있는 부근은 평평한 지역이 되었는데 그 이유는,

        천 년 동안 수 많은 순례자들이 고향에서 돌을 가져와서, (혹은 주위에 있는 돌이라도 주워서) 

        그 돌에 기도를 담아 십자가 밑에 봉헌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도 이 철십자가 밑에 나의 소중한 기도를 내려놓고 가기 위해,

        우리나라 천주교 박해시대에 순교 당한 분들이 묻혀 있는 치명자산에서

        돌 하나를 주워 한 달여를 품고 왔다.

        이 곳에 오면 치러야 할 큰 행사인 것처럼... 언제부터인가 가슴에서는 

        나의 돌을 내려 놓을 날을 준비해 왔던 것인데....  

       산으로 올라 갈수록 비는 점 점 세차게 오고 바람까지 거세지고 있어서

        아무도 모르게 치르고(?) 가려했던 이 행사(^^)는 가슴을 무겁게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십자가 아래 오래 머무르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는 듯 하기에

        산으로 오르며 미리 기도를 했다.

        아~ 정말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ㅠ.ㅠ

        미친 듯 비바람이 날 뛰는 이런 날에 하필이면 이 곳에 왔다니...

        그때의 참담했던 심정을 다음 날 페이스북에 몇 마디 올렸었다.

       

              (아래는 당시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
        
 오늘은 28km를 9시간동안 걸어왔다.

         중간에 큰 도시 하나를 지나오는 바람에 시간이 더 걸린 듯 하다.
         어제 고생이 너무 심했었기때문에 오늘은 발을 끌다시피하면서 간신히 도착했다.

        

         어제... 정말 끔찍한 날이었다.
         폰세바돈이라는 마을을 지나 산 꼭대기(해발 1500m쯤)에 있는 철십자가,

         지난 천 여년 동안 순례자들이 자기 고향에서 가져온 돌을

         십자가 밑에 놓고 기도를 해왔다는 곳이다.
        

         나는 전주 치명자산에서 돌 하나를 품고 왔었다.
         작은 돌맹이 하나에 이런저런 기도를 얹어 철십자가 밑에 놓을 셈으로...
         그러나 어제 그 산은 정말 미친 듯했다.

         자욱한 안개에 앞을 보고 걸을 수 없을 정도의 비바람이라니!
         한 달여 동안 품고 온 돌을 비바람 속에 내려 놓으며 나는 흐느껴 울었다.

        

         천 년동안 쌓여온 돌들 속에서,

         또 천년을 거기서, 그들처럼 묵묵히 기도가 되어라.』

 

         아무 사정도 모르는 나의 남편은,

         내가 바람에 날라갈 것을 염려해 빨리 내려오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 한 달 동안 품고 와 십자가 밑에 내려놓은,

                                                       나의 기도를 담은 치명자산 돌멩이...

 

                        ▼ 다른 순례자들이 내려 놓은 다양한 소망들이다.

                                  요즘은 자기가 지니던 물건이나 편지들도 내려놓고 기도 한다고...

                                       

 

 

정상 부근에서부터 하산 할 때는 자칫 바람에 날려

                                        골짜기로 떨어질 것 같은 위기감에 두 손으로 스틱을 땅에 고정시키고

                                                   한참씩 서서 버티다가 다시 걷고를 반복해야 했다.

                                             이런 참담한 날씨 속에서 사진기는 깊숙이 집어넣을 수 밖에....

                      

                                      ㅎ,, 그래도 철십자가를 놓칠 수는 없기에 남편에게 수고를 부탁했던 터라

                                          다행히 한 장 남길 수 있었으나, 그것도 비바람 속에서 억지로..... ^^

                                              그리고 다시는 없다, 도저히 찍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           

 

 

 

▼ 만하린(Manjarin)

현재 이 마을은 황량한 폐허가 된 모습을 볼 수 있을 뿐이고,

이 길을 지나던 어느 순례자가 폐허가 된 집을 재건하여 만들었다는

알베르게 하나가 있을 뿐이다.

저 안으로 들어가면

이곳을 지나는 순례자들이 마실 수 있도록 커피와 비스켓 등을 준비해 두고 있다.

우리도 비바람 속에 쫄딱 비를 맞아 후줄그레한 행색으로 들어가서

잠시 커피를 마시고 어설픈 휴식을 취했다.

(이곳에서 나는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아래 사진은 맑은 날 이곳을 지나며 사진을 남긴 어느 분의 사진을 빌려왔는데

죄송하게도 이름을 찾을 수 없게 되어 죄송한 마음이다.)

 

 

 

         ▼ 가파른 산 길을 지팡이에 의존하며 내려가다 나타난

             엘 아세보(El Acebo)라는 마을.

             경사가 심한 산 길이어서, 마을 지붕들이 먼저 보였는데

             마치 동화 속의 마을처럼 아름다웠다. 원통하지만 그 모습도 사진에 담을 수 없었다ㅠ

 

             아래 자전거 모양의 조형물은, 산티아고를 향해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이곳에서 생을 마감한 독일인 순례자 하인리히 크라우스라는 사람을 기리는 조형물이다.

             나는 비바람 속에서 이 조형물을 보았었기에 더욱 생생한 실감으로 가슴에 남았고,

             순례길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 그 독일인에게 무한한 애도의 정을 표하고 싶었다.

              (아래 사진도 성함을 모르는 위의 분의 것을 모셔 온 것임으로 감사를 드린다.)

 

 

 

             엘 아세보에서 bar에 들려 점심 식사를 하고 나오니

             비와 바람은 어느정도 잔잔해지고 있었다. 아마도 산을 많이 내려온 곳이라 그런지....

                         

          ▼ 리에고 데 암브로스(Riego de Ambros)라는 마을에 도착하자

             우리의 오늘 목적지가 4km가 남았는데 도저히 더 내려갈 힘이 없다.

             나는 도저히 못가겠노라고 남편에게 선전포고 하듯 선언(!)을 하고....

             하루 밤 묵을 곳을 찾았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Pension을 찾아 갔는데, 마을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었다. 

 

 

 

         ▼ 이 마을에도 알베르게가 한 곳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한 발자욱도 찾아 돌아다닐 여력이 없었거니와

             기왕이면 편안한 우리만의 방에서 고생한 몸을 쉬고 싶었기에

             펜션으로 찾아들어 갔다.

 

             우리를 맞으러 나오신 할머니...

             할머니를 따라 이층으로 올라가니, 주인 집 식당같은 곳의 방문이 열려 있고

             90세를 넘으신 듯 보이는 새하얀 할머니가,

             비옷을 걸친 채 수선스럽게 올라오는 객들을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니 그럼, 이 집에 저 할머니들 두 분만 사시는걸까?

             더우기 펜션을 할머니가 운영하고 계신다는 말인지......

             어쨌거나 따스한 미소로 맞아주니, 더없이 따뜻하고 좋은 기분이 되었다.

             내가 추워 떠는 시늉을 하며 뜨거운 물이 나오냐고 물어보고

             방에도 히터가 잘 가동이 되는지를 물으니 염려말라는 듯한 표정으로 뭐라 하신다.

             스페인 말로만 하시니 말은 못 알아들었지만 표정을 보며 알아챈다^^.

 

             곧 히터가 작동이 되어 젖은 옷들과 빨래도 해서 말리고

             신발도 뽀송하게.... 우리 맘대로 편안한 하루 밤을 보낼 수 있었다.

             밖은 영락없는 겨울 날씨, 더구나 산 속 마을이니 오죽하랴!

             음식을 만들 부엌 시설도 없고, 음식을 사 먹을 수 없는 집이니

             마을에 하나밖에 없다는 bar에 가서 저녁과 아침에 먹을 것들을 사와야했다.

             고마운 남편^^!

             나는 저녁이고 뭐고 꼼짝할 수 없는데... 추워도, 바람이 불어도 용감하게 나가서

             먹거리를 사오는 씩씩하고 용감한 사나이,,,,^^!

 

                       (※다음 날 아침에 찍은 사진들...)

 

         ▼ 다음날 아침에 펜션을 나서면서 어제 못 찍은 사진을 찍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마을이였다.

             집집마다 아름다운 발코니가 있었는데 아마도 봄부터 가을까지

             온갖 꽃으로 장식을 했겠지...

             빈 집 하나 차지하고 깨끗하게 수리를 해서 여기 와서 살아버릴가 생각도 해 봤다^^ ㅎㅎ

 

             순례자들의 샘터이다. 고달픈 몸을 여기서 쉬어 갈 수 있다.

 

 

 

 

 

 

 

 

 

 

 

 

 

 

       ▼ 어쨋거나 정신을 차리자!

           더 이상, 이 아름다운 마을 골목 길에서 방황하지 말고 노란 까미노 표시를 따라 가자!!

              (다음 날 아침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