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느끼며... 63

10월을 맞으며..

어쩌다보니 어느새 10월이다. 일년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달인데, 금년에는 이상 기후 탓인지 흐린 날이 계속되고 있다. 숲길 한 번 걷기도 썩 내키지않아서 단풍은 아직 들지않았겠지, 나를 위로하며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지난 해 이맘 때 나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기며 10월을 마중했었지..... ******************************* 이 가을에는 행복해지고 싶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해 볼 수 없는 이상한 병이 돌고있어 우리의 행동은 제약을 받고 있으나 마음마저 풀이 죽을 필요는 없겠다. 옛사람들은 행복의 조건으로 검소하게 살면서 복을 누리는 일을 말한다고 했다. '일은 완벽하게 끝을 보려 하지 말고, 세력은 끝까지 의지하지 말고, 말은 끝까지 다하지 말고, 복은 끝까지 다 누리지 말라..

camino de Santiago..

엊그제 일 같은데, 믿기지 않지만 어느새 9년 전 일이 되어버렸다. 그때의 설레임이 지금도 고스란히 느껴지는데... 나의 삶 중에서 가장 큰 무게와 느낌을 껴안고 있는 그 일, 스페인의 Santiago de Compostela 순례길을 걷던 일..... 그간 세월이 많이 흘렀어도 나는 요즘도 문득문득 그 길을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9년 전 오늘, 나는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겼었다. 그리운 마음으로 여기 옮겨 본다. ************************************ [2012년 9월 27일] 아우~! 이게 내가 질머지고 갈 배낭이다. 무게는 자그만치 9kg....! 무게를 줄여보려고 오늘도 역시, '이건 꼭 가져가야되고 저건 빼 버리자' 이런 짐꾸리기를 날마다 반복하고 있는데 어쨋거나 ..

세월은 흘러도 추억은 남아..

한가위 달 맞으러 뜨락에 내려서서 내 남은 나이 중 가장 젊은날인 이밤에 저 아름다운 달님을 행복하게 바라봅니다. 달빛아래 은은하게 아름다운 꽃, 그리고 쓸쓸한 내 그림자마저 한가위 달 밝은 우리 뜨락의 풍경이 되었습니다. *물푸레마을로 옮겨 오던 그 해 한가위 날이 바로 오늘, 9월 25일이었군요. 세월이 흘러 이젠 그리운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네요. 페이스북에서 과거의 오늘이라고 보여주기에 뭉클해진 가슴으로 데려왔습니다.

사과가 익어가는 계절

몇 해 전, 장수에 사는 테클라씨네 사과밭에서 사과나무 한 그루를 미리 샀다. 다 익은 후 그 나무의 사과를 직접 따왔는데 재미있는 추억이 됬다. (사과밭 이미지 설명) 나의 아침 식사는 사과와 당근 토마토를 갈아서 한 컵, 그리고 사과 몇 쪽과 구운 달걀 한 개다. 이렇게 일 년 내내 먹는 사과를 사러 얼마 전 창고형 매장인 트레이더스에 갔다. 항상 싱그럽고 향긋한 냄새가 나서 기분이 좋아지는 과일과 채소가 진열된 코너로 가보니 그날따라 빨간 사과가 보이지 않고 새파란 사과가 있었다. 그새 빨간 사과가 끝나고 풋사과가 나왔구나 생각하며 별 수 없이 풋사과 한 봉지를 들고왔다. 다음날 아침 먹어보니 뜻밖에 달고 맛있었다. 풋사과가 아니었다. 사과의 한 종류인 파란색 사과였나보다. 겉만 보고 시고 맛없을거..

9월이 오면...

가을 장마도 끝인가.. 모처럼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떴다. 좀처럼 물러갈 기미는 보이지 않고 매미 소리만 우렁차던 여름도 어느틈엔가 슬그머니 자리를 비켜주고 밤 기운이 서늘하니 가을이 오고있음을 알겠다. 그래, 아무리 물고늘어저도 모든 것은 지나가기마련이지... 그리고 지나간 것은 잊혀지는거지. 9월이 오면 항상 생각나는 하얀 뭉게 구름, 그리고 구름의 묘사가 좋다고 생각하던 '헤르만 헷세'... 그러나 이제는 다 잊혀졌다. 그가 어디쯤에서 나에게 평생 그를 그리며 함께 갈 감동을 안겨주었던지... 그냥, 그의 시 제목 '안개 속에서' 처럼 모든것이 안개 속에 묻힌 듯 하다.

가을을 여는 비

가을 장마가 길다. 지난 밤 잠 못이루며 캄캄하게 어두운 집 안 여기저기 유령처럼 서성일 때 베란다 홈통으로 흘러내리는 빗소리가 계곡의 폭포 소리처럼 크게 들리는 건, 어둠에 잠긴 집 안의 고요 탓이냐 아니면 나의 고질병 같은 불면증 탓일까... 페북을 열어보니, 4년 전 오늘 올린 글이라고 친절하게 띄워준다. [2017년, 9,1일] 셰익스피어 문화기행을 보면서, 언제나 비에 젖어 번들거리던 영국의 골목길이랑 시골의 풍경들이 떠오른다.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코츠월드 지방, 그리고 안개비... 소리없이 내리고있는 비 때문일까 슬픈 기분에 젖어 셰익스피어의 발자취를 따라가는데 배경 음악으로 흐르고 있는 솔베지 송..... 도대체 나더러 어쩌란 말이냐?! [사진 : 코츠월드지방,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고향 스..

울어라 매미야..

이른 아침, 바로 옆에서 우는 듯 매미 소리가 요란하다. 어떻게 들어왔을까... 소리나는 곳을 찾아 가니 나의 '해 지는 방'이었다. 무슨 볼일 있어 이 높은 곳 14층까지 올라왔을까! 베란다 방충망에 발을 걸치고 앉아서 목청껏 울어대고 있다. 반가움에 다가가니 딱, 울음을 그친다. 울어라 울어라, 가슴 속 맺힌 한 모두 쏟아내거라. 땅 속에서 기다린 7년, 쏟아내고 싶은 말 얼마나 많으랴 울며울며 두서없이 토해내도 나는 모두 들어주리 일주일 쯤 목이 쉬도록 울고 떠나야 한다면 그 한 생이 얼마나 얼마나 아쉬우냐...

그해 여름, 신안군 안좌도에서..

아아, 오늘이 그날이구나! 지글지글 녹아버릴 것 같던 그해 여름, 우리 동기들은 그 섬에 모여 떠나신지 오랜 선생님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잊지말라고, 잊으면 정말 너무한거 아니냐고 오늘 페이스북이 깜짝, 과거의 오늘을 알려주고 있다. 그날 올렸던 글과 사진을 여기 데려왔다. *2016년 7월 25일 신안군 안좌도에 있는 김환기 생가에 왔습니다. 무지하게 더운 날인데, 그 옛날 우리 선생님의 젊은 모습을 뵈니 가슴 뭉클합니다. 오늘부터 김환기 국제훼스티발이 이 섬에서 열리는데 선생님께 직접 가르침을 받았던 우리 기수가 초청을 받아 전시회에 참가합니다. 오늘이 김환기화백 사망 40주기 기일이랍니다. 김환기화백의 따님이 오셔서 영정앞에 분향하시고, 풍물놀이패도 선생님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새벽 산책길에서..

어제부터 지근지근 괴롭히던 두통은 여전했다. 새벽 4시.... 아직 캄캄한 이 시간에 왜 깨어났지? 두통때문이었나?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두통이니 매번 약을 먹으며 다스리지는 않는다. 지긋이 참아 넘기는 편이다. 이 여름이 심상치 않다. 그 해 여름, 정원의 나무며 꽃들이며,,, 내가 사랑하는 모든 아름다운 풍경들이 숨막히는 더위에 녹아내릴 듯 하던 2018년의 여름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끔찍하던 그 여름은 마침내 우리를 이 높은 곳, 물푸레마을로 밀어올렸지... 5시가 조금 넘은 새벽 산책길... 싱그러운 그 시원함을 무엇에 견주랴! 모처럼 일찍 깨어난 이 아침, 산책길에 나섰다. 그늘이 시원한 어둑한 숲 길, 호젓한 산 길 모두가 아름답다. 아, 실개천이 흐르는 길 옆에서 외롭게 밤을 지샌 달맞이 ..

영화 '두 여인' 소피아 로렌의 추억

요즘 페이스북에 매일처럼 뜨는 메시지가 있다. '과거의 오늘 있었던 추억을 확인해보세요' 확인해 보면, 3년 전, 4년 전, 5년 전, 6년 전...... 이런 식으로 그 해의 오늘 있었던 일들을 모조리 들추어내준다. 요즘은 페북을 멀리 거리를 두고 있지만 그러거나말거나 한 번씩 들어가보는 이유는 옛 추억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여행을 좋아하기에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낯선 나라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설레임으로 처음 만나는 아기자기한 골목들, 웅장한 알프스와 아름다운 숲들, 그리고 북유럽의 적막하고 쓸쓸한 풍경들..... 그러고보니 나는 유난히도 예쁜 골목들이 많은 유럽을 좋아해서 거의 모든 나라를 찾아갔었다. 이탈리아를 4번 째 방문했던 3년 전, 마침내 남부 이탈리아까지 일주를 할 수 있었는데 그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