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느끼며... 63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기다리며..

마침내 나에게도 왔다. 6월... 초순 어느날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러 오라는 메시지다. 친구들, 후배들,,, 내가 알고있는 웬만큼 나이를 먹은 사람들이 모두 맞았다는 그 백신주사... 주사 맞은 후의 증상들을 알려주는 소식만 무성한 채, 나만 빼놓고 모두 맞았구나 소외감마저 느낄 번 하던 참이다. 대전 사는 후배는 지난 4월 어느 날 '언니, 걱정하지마세요' 하며 카톡 문자가 왔다. (사실 나는 아무 걱정도 안하고있는데...) 그 후배는 너무 걱정이되서 타이레놀 두 통 사놓고, 주사 맞기 전 날에는 가족 톡방에 유서를 남길가 생각도 하고... 아무튼 주사맞으러 가는 날 아스피린도 한 알 먹고갔다고.. 그러나 저녁 때까지 아무리 기다려도 열이 안나서 간호사가 주사를 잘못 놓은게 아닌가 의심도 했다고 한다..

물푸레나무

물푸레마을....., 무슨 동네 이름이 이렇게 예쁠가! 얼떨결에, 정말 꿈 꾸듯 옮겨 온 동네의 이름이 단편소설 속에서나 나옴직하게 환상적이다. 한동안, 너무 예쁜 마을 이름탓이었을까 소설 속 주인공처럼 하루하루 아련한 슬픈 꿈을 꾸듯 살았다. 마을이 산으로 둘려져있으니 나무도 무성하게 많아서 정작 물푸레나무가 어느 나무인지 도무지 알 수도 없었다. 나무 이름이 주는 아름다운 느낌으로 그저 환상 속의 나무일뿐이였다. 어제 산책 중, 드디어 알아냈다. 나무 위에 하얀 눈이 내린 듯한 나무가 있기에 아카시아가 피었구나 하며 가까이 가보니 내가 알던 오월의 아카시아가 아니다. 처음 보는 이상한 꽃! 우선 카메라에 담고 검색해 볼 참이었다. 내가 너무 열심히 찍어댔나? "이게 무슨 나문지 아세요?" 누군가 나에..

난을 키우는 기쁨...

몇 해 전, 어린 대엽 풍난 다섯촉을 사다가 돌덩이에 붙여 심어놓았다. 풍난 종류가 원래 돌이나 나무에 뿌리를 붙이며 산다는, 보고 들은 풍월이 있는지라 내 손으로 키워서 꽃도 피워보고 싶었다. 이사 오기 전에는 꽃을 피우지 못하고 기다림의 시간만 흘러갔다. 이사하던 날, 어린 풍난들은 특급 대우를 받으며 물푸레마을로 옮겨져왔다. 넓은 옹기 항아리 뚜껑에 담겨 승용차 뒷자석에 행여나 다칠세라 모시고 온 것이다. 애지중지 날마다 들여다 보며 '잘 살아야 돼~' '꽃은 언제쯤 보여줄거니?' 애정과 관심은 끝이 없었다. 이사온 후 첫번 째 봄을 맞았을 때 날마다 말을 걸고 사랑을 보여준 보람이 있었던걸까, 드디어 꽃대가 올라오고 싱싱한 꽃들이 조롱조롱 피었다. 아.. 그 은은하고 고급스런 향기라니...! 오랜..

초승달

초승달을 볼 수 있는 행운이 이 달에도 찾아왔다. 초승달을 보기란 쉽지않다. 갓 태어난 어린 아기같이 조심스런 그 자태를 보려면 일삼아 초저녁 하늘을 살펴야 한다. 햇님이 지고난 후 아직 어둠이 내려앉기 전, 서쪽 하늘에 한 두시간 떠 있다가 사라져버리는 여릿한 초승달... 그제 저녁, 갈 길이 바쁜 듯 빠르게 산 너머로 내려가버리는 고단한 햇님을 배웅했다. 방금 서산마루로 사라진 햇님의 빈 자리는 고요한 여운과 더불어 노을 빛이 슬프게 아름다웠다. 적막감이 자욱한 '해 지는 방'에서 버릇처럼 바라보는 서쪽 하늘... 노을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어둠이 서서히 내리고 있는 산 아래 마을에선 하나 둘 가로등이 켜지고 있었다. 아....., 그리고 허망한 서산 위에 나타난 가녀린 초승달이 아슬아슬하다...

냥이들 이야기...

지난 가을 산책하러 나서면 아파트 숲 길에서 길냥이 몇 마리를 언제나 볼 수 있었다. 옛 생각이 떠올라 '야~옹' 하고 불러보면 잽싸게 숲 속으로 모습을 숨기곤 해서 서운한 마음에 한참을 그 자리에 멈추어 서있곤 했다. 봄을 맞아 다시 산책길에 나섰지만 그 길냥이들을 볼 수가 없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지 못하고 모두 죽어버렸나? 불길한 생각을 하면서,,,, 아련한 추억이 되어 떠오르는 풍경, 그리운 옛 집에서 내가 주는 먹이를 먹으며 모여 살던 고양이 삼대 가족의 생각으로 그리움에 젖는다. 어느날, 떠돌아다니는 길냥이가 새끼 한 마리를 우리집 데크 위에 놓고 갔다. 고양이를 키울 생각을 해본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얘를 왜 여기 데려다 놨을까, 좀 있으면 데려가겠지... 했으나 어미는 며칠째 나타..

봄 동산에 올라..

어제 만우절 오후, 황사와 미세먼지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않던 서산 너머로 아파트들이 아스라이 거짓말처럼 나타났다. 갇혀있던 섬에서 탈출하듯 아파트를 나섰다. 노를 저어 육지에 발을 내딛듯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아파트 현관 문을 나서니 환성이 절로 나오는 별천지가 거기 있었다. 활짝 핀 목련과 아직 꽃잎 하나도 떨구지않은채 만개한 벗꽃, 등산로 입구엔 개나리가 눈부시다. 그러나 눈부신 뒷산의 유혹을 뒤로하고 아파트 숲을 내려갔다. 아파트 앞의 산책로를 조금 걸어가서 지난 가을 아름다운 단풍으로 단장했던 작은 동산으로 숨가쁘게 오르다보니 아~~, 그들은 한껏 단장하고 봄나들이 가려는지 예쁜 옷들을 차려입고 있었다. 갈아입을 옷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안개 속에 갇힌 봄날...

안개에 갇힌걸까, 아니면 황사인지 미세먼지인지 모르겠으나... 아파트가 안개 바다에 둥둥 떠 있다.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창 밖으로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베란다 난간에 방울져 맺힌 물방울들이 난간을 타고 흘러내리니 비가 아직 오나보다 짐작할뿐이다. 이렇게 아무것도 보이는것이 없으니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섬에 나 홀로 있는 기분이다. 창 밖에 뽀얀 안개가 좋은 배경이 되어준다.

아무데서나 피지 않는 꽃도 있다..

참 별일이다. 하늘 가까운, 높은 곳을 싫어하나? 지난 해에도 그랬고 이 봄에도 역시 무소식이다. 봄이 오고 있다고, 제일 먼저 전해주던 애들이다. 강변 산책길에서 터질듯 부푼 꽃망울 하나라도 발견한 날이면 숨가쁘게 나의 뜰로 달려와 한 바퀴 돌아보며 찾아내곤 했었는데..... 겨우내 얼었던 땅을 밀고 올라오는 그 힘이라니! 봄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주던 노란 수선화, 그리고 내가 이름 붙혀 준 '초롱꽃'.... 물푸레마을로 이사 오면서 사랑스런 그 애들을 몇 뿌리씩 데려와 화분 네 개에 나누어 심어놓고 봄을 기다렸다. 그러나.... 웬 일일까? 지난 봄에도 행여나 하던, 금년 봄에도 잎새들만 무성한 채 꽃이 나올 기척이 없다. 아마도 꽃을 피우기엔 겨우내 따뜻한 아파트 공기가 적당치 않은가보다. 언 땅..

엄마를 부르면 왜 눈물이 날까..

어둑해진 산책길에 마침내 가로등이 희미하게 불 밝히면 꽃등불도 덩달아 환하게 켜진다. 발소리를 죽이며 아득한 상념속으로 걸어간다. 여기는 어디쯤일가... 다리를 건너다가 시끄러운 물소리에 발을 멈추면 세상의 모든 소리 들리지 않는데 나도 모르게 소리처보는 '엄마~~! 엄마~~~!!' 엄마를 부르면 왜 눈물이 날까.. 물소리따라 흘러가버리는 내 소리가 안타까운가 허망한 그 소리 저 물결에 실려 엄마에게 흘러가면 오랫동안 참았던 눈물, 냇물 닮은 눈물이 소리치며 흐를것만 같다.

큰 대접에 커피를...

[2018년 3월 어느날 쓴 글] 며칠 전,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를 시켜놓고 홀짝거리고있다가... 시어머님에 시할머니까지 함께 모시고 살았던 선배언니 생각이 나서 저절로 웃음이 나왔었다. 생각하기따라서는 힘들었을 세월이었을텐데 항상 유쾌하게, 호된 시집살이를 했었던 일들을 남의 얘기하듯 ㅎㅎㅎ... 웃으며 얘기할 땐 귀엽기조차한 선배언니다. 명문여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선배는 늘 손님이 많았다. 그날도 음악 선생님을 찾아온 손님들이 있었는데, 손주며느리를 유난히 사랑하시던 시할머니도 그 자리에 그들과 함께 앉아계셨다. 커피를 한잔씩 대접하고 얘기를 나누는데, 귀가 어두어 아무 소리도 듣지못하시는 할머니가 갑자기 엄청 미안해 하시면서 '야가 그런 아가 아닌디.. 집에 큰 대접도 많구마는 어찌 저런 작은 그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