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느끼며... 63

딸을 생각하며...

[2018년 3월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오늘따라 한가한 주사실 풍경이다. (그당시 어지럼증이 도져서 한 주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있었다.) 주사실이 고요하니 잠시 평화로운 기분에 젖어 페북을 들여다보고있다가 어느 페친의 글을 읽으면서 문득, 내 딸이 떠오르며 미안한 생각이 스친다. 그애가 여학교 시절 전교 학생회장이었는데... 엄마인 나는 학교 근처에도 가지않고 전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학생회장 엄마가 나서서 무얼해야 하는지...? 딸이 학생회장이면 엄마도 회장노릇을 해야하나, 전혀 그런 생각이 없던 나는 행여나 설치는것처럼 보일가봐 더욱 학교를 멀리했었다. 후에 다른 학교 회장 엄마들의 행보를 들었을 때, 자식이 회장인 엄마는 학교에 나가서 회장노릇을 해야 하는가보다 의아했다...

어린 날의 기억..

언제부터인가, 사진첩을 정리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오래된 사진부터 사진첩에서 떼어내기 시작했다. 나의 백일사진부터 돌사진 등으로 시작되는, 사진들이 정말 많다. 어릴적부터 어머니의 사진첩들을 보면서 자랐다. 이화 여전시절, 이화여교 선생님으로 계시던 시절 그리고 일제시대 때는 흔하지않았다는 미국 유학 시절의 사진 등 어머니의 사진첩은 이야기 책처럼 재미있었다. 그림책처럼 재미있는 어머니의 사진첩을 보던 기억은 3, 4살 무렵부터, 아련하지만 확실한 영상으로 떠오른다. 그리고 항상 궁금했던 것은, 엄마가 사진 속에 들어갔는데 어떻게 내 옆에 나와있을까, 하는 신기한 그 현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 궁금증이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엄청난 사고(?)가 일어나고말았는데 외사촌 오빠의 결혼식에서였다. 2차..

봄 마중하러..

어제, 2월 마지막 날 창문 밖을 내다보니 바람에 봄이 실려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나가보자....! 겨우내 실내에서 자전거만 타던 몸이 우리 아파트를 품고있는 법화산으로 올랐다. 아아~~~ 그 산 길에서 봄을 만날줄이야!!! 산수유 꽃망울이 부풀고 있었다. 건너편 능선에 우리 아파트가 보인다. 가운데 건물에는 나의 '해 지는 방'도 있을것이다^^.

안녕~, 내일 또 만나요~~!

지는 해는 아름답다못해 슬프다. 하루 종일 온 세상을 환하게 밝히다가 그 눈부시던 빛을 미등처럼 줄여놓고 고단한 몸을 서산마루에 기대었을 때 석양 빛과 더불어 그 아름다움은 최고가 된다. 여러해 전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 캄캄한 새벽녘에 길로 나서서 걷기 시작하면 한참만에 아름다운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고 마침내 찬란한 아침 해가 떠오른다. 날마다 서쪽에 있는 산티아고를 향해 걷기때문에 아침 해는 등 뒤에서 떠오르곤 했었다. 아마도 그때 평생 봐야할 해 뜨는 광경을 다 보았을지싶다. 물푸레마을로 이사온 후, '해지는 방'에서 날마다 지는 해를 보는 복된 시간을 누리고있다. 어디로 가면 저렇게 아름다운 해를 또 볼 수 있을까! 아름다운 석양 노을과 산 너머로 빠져드는 빨간 해를 향해 '안녕~!..

동백꽃 질 때..

지난 1월 어느날 대형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화초들을 진열해 놓은 매대에 어린 동백나무들이 있는걸 보고 반가움에 얼른 한 그루 집어들어 카트에 실었다. 전에는 모르다가 언제 부터인가 동백꽃이 좋아졌었는데, 마당은 없지만 한 그루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터였기에 동백을 안고 온 그날의 장보기가 유난히 흡족했었다. 햇볕 잘드는 베란다에 놓고보니 꽃망울이 열매들처럼 많이 맺혀 있었다. 저 꽃망울이 다 터지면 굉장하겠구나 생각하니 미리 흐뭇한 기분에 행복했다. 어느날, 한 송이가 활짝 피더니 날마다 다투어 피기시작했다. 와~ 그리고 또 어느날 한 송이가 툭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무엇이 잘못된걸까, 영양이 부족한가? 그런데 꽃들이 피었다가 꽃잎이 지는게 아니라 모두 꽃송이가 툭, 툭, 떨어지고 있었다. 처..

'옹달샘'도 새 집으로 이사...

지난 몇 년 동안 이 블로그를 방치해두었었다. 갑자기 정들었던 삶의 터전을 떠나 생전 보도듣도 못한 낯선 곳으로 옮겨와 어리둥절, 얼마간, 우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날마다 서쪽 하늘로 넘어가는 해만 바라보는 세월이 흘러갔다. 다시 블로그를 만지게되니 오래된 버전이라고, 블로그 집을 새롭게 바꿔야된다고..... 머리가 아파 그대로 버티면서 글을 올리다보니 지원이 되지않는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었다. 별 수 없이 새로운 스킨으로 변경할 수밖에. 결과는, 그동안 올린 글의 크기가 엄청나게 크다. 가장 작은 크기로 수정해도 더 이상 말을 듣지 않는다. 별 수 없지......!

크리스탈처럼 영롱한...

새 해가 되면서 시작된 강추위가 계속되더니 오늘부터 추위가 약간이나마 누그러드나보다. 이곳 물푸레마을로 옮겨온 후 세 번 째 겨울이 지나가고 있는데 눈 다운 눈을 구경할 수 없었다. 며칠 전, 어쩌다가 거센 바람에 휘날리며 내린 눈... 계속된 강추위에 산이며 아파트 지붕 위에 내려앉은 눈이 아직 녹질 않는다. 오늘부터 날씨가 풀린다니 아파트 14층에서 내려다 보는 눈 풍경이 사라질까봐 괜스리 조마조마하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눈이 내리면 설레이게 되니 철이 들려면 아직 멀은 듯 하다. 문득, 산 밑에 있는 정든 옛집이 떠오른다. 눈이 흐므지게 많이도 내리곤 했었는데... 유리창이 많던 그 집에서 눈 내리는 풍경을 내다볼 때면 가슴 설레며 어쩔 줄 몰라하던 일들이 엊그제 일 같다. 지붕 위의 눈이 녹아..

산 밑 오두막집, 기억하고 계신가요?

산 밑에 오두막집... 기억하고 계신가요? 우리 모두 풋풋했던 30대 중반이었지요. 상추랑 고추도 심고 이것저것 심으며 전원생활 한다고, 우리 몇 집이서 교통도 불편한 변두리 산 골짜기 마을에 오두막처럼 자그마한 집을짓고 부족한 것 너무 많았어도 행복했었지요. 함께 행복하던 시골생활을 뒤로하고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떠난 여선생님 가족, 그리고 서울로 떠난 박선생님네... 우리는 어디로 떠날줄도 모르고 그 자리에서, 집을 증축하기도하고 이리저리 손봐가면서 오두막을 지키고 살았지요. 돌이켜보니 참 오랜 세월이 지났어요. 지난 토요일엔 생의 끝자락에 계신 듯한 박선생님을 뵈러 그분이 입원해 계신 병원으로 갔었지요. 이런저런 줄들이 늘어져있던 몸, 손을 잡으니 마주 잡은 손에 미세하게 힘이느껴지고 마알간 눈을 마..

도자기 마을 마이센의 추억

늦은 아침, 거실 거튼을 열자 눈부시게 하얀 세상이 나를 놀라게하고 잠자던 기억 하나를 추억의 갈피 속에서 꺼내어준다. 마이센의 추억이다. 전날, 동서독이 통일된 직후의 참혹하게 망가진 드레스덴의 거리를 아픈 가슴 쓸어내리며 돌아다니다가 그 거리 어느 호텔에서 짐을 풀고 쉬겠다는 계획을 접고 기차를 탔다. 어둠이 내려앉은 마이센 역에 내리니 칼바람에 섞여 눈발까지 휘날리고 있었다. 어둡고 추운 강변길을 걸어 다리를 건너서 헤메다가 겨우 찾아낸 호텔에 들었다. 그렇게 하루밤을 보낸 아침, 커튼을 열자마자 깜짝 놀라운 함성이 터져나왔는데, 하얗게 변한 세상이 거기 있었던것이다. 그리고 눈 덮힌 아주 자그마한 광장, 그 한켠에 있던 성모교회의 육중한 벽이 창문앞에서 나를 숨막히게 했다. 그 후 나는 하얀 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