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어머니 기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글 한 줄도 쓸 수 없이 머리가 아팠다. 1994년, 6월 9일 고단했던 한 생을 마감하고 천국으로 떠나신 후 28년 째 되는 날...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점하고 모든 것이 통제되고 압박받던 시절 미국 유학은 일년에 한 두명 정도 갈 수 있는 드문 일이었다고 한다. 나의 어머니는 그런 시기에 이화전문을 졸업하시고 장학금을받아 배를 타고 머나먼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셨다. 졸업 논문도 A를 받아 공부를 더 하고 가라는 총장님의 권유를 뒤로하고 귀국한 엄마.... 촉망받던 젊은 날의 찬란했던 시간들은, 천재라는 칭송을 받으며 동경제대 법문학부를 나오신 아버지와 결혼하신 순간부터 모든 것은 허물어졌다. 세상의 부귀영화를 혐오하고 숨어 살기를 원하는 아버지를 세상으로 끌어내..